SK에너지가 미쓰비시후소의 하이브리드차(HEV)에 장착될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다.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가 각각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독일 BMW가 시장에 내놓을 전기자동차에 선택된 데 이어서, SK에너지까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본격 가세하고 있다.
25일 SK에너지에 따르면, 독일 다임러그룹의 글로벌 하이브리드 센터는 24일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는 미쓰비시후소사의 하이브리드차 장착할 리튬이온에너지 공급업체로 SK에너지를 선정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다임러그룹측과 상호 보안 하에 앞으로 2년간 개발을 통해 추진된다"며 "다임러그룹이 앞으로 진행할 다양한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배터리 프로젝트에 우선 협력업체로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 공략에 한층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쓰비시후소는 2007년 기준 약 19만대의 버스 및 트럭을 판매한, 아시아의 톱 중대형 차량제조업체다. 다임러그룹과 미쓰비시그룹이 각각 85%, 15%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에너지 측은 차종 모델 등의 구체적인 공급 조건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모델 개발 완료 뒤 미쓰비시후소가 양산에 들어갈 경우 배터리 공급권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에너지는 리튬이온전지 분리막(LiBS) 원천기술을 토대로 자동차용 배터리 완제품을 개발, 시험라인을 가동하며 글로벌 시장을 꾸준히 노크해왔다. 하지만 SK에너지는 LG화학과 삼성SDI에 핵심소재인 분리막을 공급하면서도 정작 배터리 완제품 경쟁에서는 선수를 빼앗겼다. 가장 먼저 개가를 올린 건 LG화학이었다.
LG화학은 올 초 내년 출시 예정인 GM의 첫 양산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의 공급업체로 선정된 데 이어 8월에는 스포츠유틸리티 전기차 뷰익의 배터리 단독 공급권도 따냈다. 삼성SDI도 지난 8월 보쉬와 합작으로 설립한 SB리모티브를 통해 BMW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했다.
업계에서는 SK에너지가 차량용 중대형 2차전지의 핵심소재부터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일괄생산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에서는 뒤처졌지만 경쟁에서 승산은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SK에너지 측도 "다임러가 공급업체로 선정한 것은 세계 3번째로 상업화에 성공한 리튬이온전지 분리막 소재 제조기술, 30년 이상 축적된 박막 코팅 기술, 배터리 팩과 모듈 제조기술 등 리튬이온전지 관련 소재 및 제품 제조의 핵심 기술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업체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SK에너지는 또 자동차용 2차전지 이외에도 스마트그리드, ESS(에너지저장시스템) 등 2차전지 관련 여러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에너지의 가세로 LG화학과 삼성SDI 등 3개 업체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삼국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좁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잇달아 개가를 올림에 따라, 우리 경제에 '제2의 반도체 성공신화'와 같은 성공스토리를 쓸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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