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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北의도 불투명" 발언 속내는/ '남북접촉 유지하되 속도조절' 전략 세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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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北의도 불투명" 발언 속내는/ '남북접촉 유지하되 속도조절' 전략 세운 듯

입력
2009.10.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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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구상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 등 제3국에서 정상회담 개최를 타진하기 위한 남북간 비밀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구체적 대화 채널과 내용 등은 베일 속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동남아를 순방 중인 이 대통령과 측근들의 언급을 통해 정상회담에 대한 청와대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25일 태국에서 "아직 북한의 의도가 불투명하며 핵을 포기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는 징후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한 그랜드 바겐(일괄타결방안) 구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말을 했지만 의미하는 바가 작지 않다.

이번 언급은 최근의 남북 비밀 접촉에 대한 입장을 나름대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측은 비밀접촉에서 핵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북측에 촉구했지만 만족할 만한 답변을 아직 얻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대화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며 남북 접촉의 문을 계속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날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이면 협상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접촉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여권 관계자들은 11월 중순으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이후 고위급 수준의 남북접촉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우리 정부는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공조를 유지하고 북한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청와대는 또 외교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남북 접촉의 끈을 유지하려는 것 같다. 북한은 이미 중국과 만났고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서 북한이 일본과 대화를 시작한다면 사실상 주요 당사자국 중 우리만 소외되는 형국이 된다. 따라서 일본보다는 먼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개최 시기는 미묘할 수 있다. 북미 대화가 연말연초 시작한다고 가정할 경우 적어도 일본에 앞서 남북 정상이 머리를 맞대는 모양새를 취하려면 내년 상반기에 진행될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앞으로 정상회담이 가시화할 경우 주목되는 대목은 회담 장소와 의제이다. 그간 남북 정상은 두 번이나 평양에서 만났기 때문에 3차 정상회담도 똑같이 평양에서 열릴 경우 우리 국민들의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를 수도 있다.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판문점이나 개성까지는 와야 한다는 것이 우리 측 논리다.

그러나 판문점이나 서울에서 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적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건강 문제도 고려해야 할 뿐 아니라 사전에 예고하고 평양을 비우는 데 대한 부담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북측이 평양 개최를 고집할 경우 우리는 의제에서 양보를 얻어내는 현실적 방법을 택할 수 있다. 양보를 얻어낼 의제는 단연 그랜드 바겐에 대한 북측의 진전된 입장이 될 수 있다. 북측이 6자회담을 통해 핵 포기를 전제로 한 그랜드 바겐 구상에 동의하고 실행에 옮기는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청와대측 구상은 고위급 접촉을 통해 정상회담 준비를 끝내고 북미회담 이후 그랜드 바겐 합의를 위한 남북정상회담을 갖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후아힌=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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