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이익~ 쿵.'
24일 오전 7시. 쇳소리가 북악산 적막을 깨며 파란색 철문이 열리자, 한 눈에 보기에도 사람 때를 타지 않은 산책로가 얼굴을 내민다. 길섶 이름 모를 풀들도 아침이슬에 햇빛을 머금은 밝은 모습으로 손님들에게 인사한다.
서울 속 비무장지대(DMZ)로 불리는 '제2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가 일반에 개방됐다.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등 31명의 북한 무장공비가 청와대를 습격한 뒤 도피하다 3명이 사살된 곳으로, 이후 '김신조 루트'라 불리며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지 41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개방된 곳은 삼청각 부근 성북천 발원지에서 성북구와 종로구 경계 '하늘마루'로 이어지는 1.9㎞ 구간. '김신조 사건' 이후 군부대 순찰로로 쓰였으나 서울 성북구청이 수도방위사령부와 협의를 거쳐 등산로로 개방키로 하면서 쉼터와 전망데크 등을 설치했다.
이날 성북구청이 이 구간에서 연 구민걷기대회에 참여했던 이연화(39ㆍ여)씨는 "41년 간 사람들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속살이 그대로 보존된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생태적 가치도 높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서도 등산객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끈 곳은 하늘마루에서 걸어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호경암이다. 날씨가 좋을 때 3m가 넘는 높이의 이 바위에 서면 멀리 여의도에서 김포까지 눈에 들어오는데, 바위 중간쯤에는 무장공비의 퇴각 전투 당시 난 총탄 자국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성북구는 이날 개방한 제2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제2코스)와 이미 개방한 팔각정~말바위쉼터(제1코스) 외에 하늘마루에서 제1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로 이어지는 제3코스(800m)도 지난달부터 조성공사에 들어갔다. 성북구는 "앞으로 매달 한 차례씩 이곳에서 걷기대회를 열 계획"이라며 "제3코스도 올 연말 개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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