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가 1909년 '하얼빈 의거' 4년 전에 황해도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관리의 폭거를 바로잡아 줄 것을 요구하며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되는 소장(訴狀)이 발견됐다. 안 의사의 친필로 확인되면 안 의사가 독립운동에 투신하기 전 벌였던 민권 활동을 재조명할 수 있는 사료로 평가된다.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신운용 책임연구원은 25일'황해도 신천군 두라방민(두라방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 안중근'이라는 이름으로 황해도에 제출된 행정소송 소장의 원본을 최근 서울대 규장각에서 발견해 공개했다.
이 소장은 안 의사가 고종 광무 9년(1905년) 7월에 제출한 것으로, 안 의사를 포함해 신천군 주민들이 중앙 소유의 황무지를 얻어 논밭을 경작하는 데 대해 지역 감관(監官ㆍ토지 관리자) 왕처삼 등이 방해하고 있는 것을 시정해 달라는 내용이다. 안 의사는 소장에서 "감관이 농토 정리를 한다는 명목으로 서민들이 경작하고 있는 땅의 물길을 자기들이 필요한 곳으로 옮기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신천군에 소장을 제출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황해도에 냈다"고 밝혔다.
신 연구원은 "소장의 필적 감정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안 의사의 친필일 가능성이 높다"며 "조만간 친필 확인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안 의사가 직접 작성한 소장으로 확인될 경우 그 동안 사료 부족으로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던'민권운동가'로서의 안 의사의 면모가 재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1879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안 의사는 이 일대에서 선교 및 민권활동을 하다 1907년 연해주로 망명해 독립운동에 본격적으로 투신했다. 신 연구원은 "하얼빈 의거 등 독립투쟁의 밑바탕에는 그의 민권의식이 자리하고 있다"며 "안 의사 일대기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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