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시대를 주도할 자동차 신기술은 하이브리드인가 전기차인가. 23일 개막한 일본 도쿄(東京)모터쇼에서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4대 자동차회사의 차세대 자동차 전략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로 엇갈려 눈길을 끌고 있다.
하이브리드파는 도요타와 혼다. 세계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 사장은 "초저연비와 코스트를 양립시킬 수 있는 것은 현시점에는 하이브리드차밖에 없다"며 "2020년대 초까지 도요타의 전 차종을 하이브리드화하겠다"고 말했다. 5월 내놓은 신형 프리우스는 '에코' 바람을 타고 이미 판매량이 3만대를 돌파해 도요타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번 모터쇼에서는 최근 출시한 중형 하이브리드차 'SAI'와 함께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보급이 시작된 전기차에 대응하기 위해 가정용 전원으로 충전이 가능한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전기로만 20㎞를 달리는 것을 감안할 경우 휘발유 리터당 주행 거리는 55㎞에 이른다는 게 도요타의 설명이다.
혼다도 하이브리드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이토 다카노부(伊東孝紳) 사장은 "최우선 순위는 하이브리드차 보급"이라며 하이브리드차 저가 경쟁의 불을 당긴 인사이트에 이어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CR-Z'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하지만 닛산과 미쓰비시(三菱)자동차는 전기차 시장 확대에 비중을 두고 있다. 카를로스 곤 닛산 사장은 2인승 전기차 '랜드 글라이더'를 타고 전시장에 등장해 "하이브리드 기술은 (온난화가스 배출의)완전한 해결이 될 수 없다"며 "배기가스 제로 자동차의 시대가 도래, 경쟁의 막이 올랐다"고 말했다. 곤 사장은 내년에 내놓을 전기차 '리프'에 이어 고급차 '인피니티'의 전기차화 등 전기자동차 차종을 계속 늘릴 방침을 밝혔다.
올해 전기차 '아이미브(i-MiEV)' 판매를 개시한 미쓰비시는 아이미브의 상용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컨셉트 모델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제품을 선보였다. 2020년까지 전체 생산의 20%를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만들겠다는 마스코 오사무(益子修) 사장은 "전기차 보급을 전세계로 가속화해 세계 전략차로 전개해 가겠다"고 말했다.
물론 도요타, 혼다도 전기차를, 닛산과 미쓰비시도 하이브리드를 개발 중이다. 당장은 가격 경쟁 등에서 앞서는 하이브리드차가 시장을 주도하겠지만 5, 10년 뒤에는 승자가 바뀔지 모를 일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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