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총수들의 지분율은 떨어졌지만 계열사와 임원 등의 지분을 모두 합한 내부지분율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들이 더 적은 지분으로 그룹에 더 큰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인데, 평가는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경영권 방어에 유리해졌다는 쪽과 지배 구조의 투명성이 후퇴했다는 쪽으로 갈린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자산기준 5조원 이상인 48개 그룹(소속 1,139개사)들의 주식소유 현황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31개 재벌그룹의 내부지분율은 51.01%로 지난해(50.95%, 28개사) 보다 2.06%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총수의 지분율은 1.74%에서 1.73%로, 친족 지분율은 2.50%에서 2.44%으로 떨어졌다.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낮아진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낮아진 데 대해 "계열사 출자를 통해 직접 지분이 없는 회사들이 계열사로 새로 편입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너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도 계열사의 높은 내부지분율을 이용해 경영권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지배구조 투명성의 후퇴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내부지분율과 투명성문제를 등식화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내부지분율이 높아야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 보호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업별로 총수 지분율과 내부지분율을 보면 삼성그룹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1.07%에 불과했지만 내부지분율은 46.02%를 기록했고, SK그룹은 총수일가 지분율은 0.87%에 내부지분율은 53.71%에 달했다.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계열사들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의 '순환출자' 등으로 묶여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현재 삼성, 현대차, SK,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동부, 대림, 현대, 동양, 웅진, 현대백화점 등 12개 기업집단에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돼 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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