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이셸 공화국의 제임스 알릭스 미셸 대통령이 대전을 방문했다. 인구 8만5,000명의 세이셸 공화국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미셸 대통령이 대전을 방문한 주된 목적은 '국제 우주대회(IAC)' 참석을 위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와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개최 도시인 대전시와는 과학기술과 관광 등의 분야에서 교류하기로 협정을 맺기도 했다. 그는 대전 계족산 숲속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면서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한국의 가을 하늘과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돌아갔다.
올해로 60회를 맞는 국제 우주대회는 전세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우주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학술행사다. 지난 12~16일 열린 대회에는 미국, 러시아를 비롯한 우주선진국에서 세이셸 공화국과 같은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까지 72개국 4,000여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뤄졌다.
'지속 가능한 평화와 발전을 위한 우주'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우주의 평화적 활용 방안과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닷새 동안 학술회의 150여 차례, 논문 발표 1,600여 편 등 내용 면에서도 가장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개국 153개 우주 기관과 기업이 참여한 우주 기술 전시회도 대회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미항공우주국(NASA), 일본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 유럽우주항공청(ESA) 등 세계 유수의 기관과 기업이 대거 참가해 선진 기술을 보여줬고, 비즈니스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리고 이번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전문가 중심 학술대회를 넘어 우주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한 '우주 축제'가 함께 마련됐다는 것이다.
국제우주대회를 주최한 국제우주연맹의 포이에르 바커 회장은 이번 대회를 두고 '참가했던 대회 중 가장 특별했기에 우주연맹을 위한 생일 선물과도 같았다'고 극찬했다. 우리가 받은 선물 또한 적지 않다. 한국의 우주 역량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되었고, NASA, JAXA, ESA 등 우주 선진국의 기관들과 양자협상 및 실무협의를 통해 5년 이상 걸려야 가능한 성과를 닷새 만에 거둘 수 있었다. 폐막식에서는 우주대회 60주년에 맞춰, 국제우주연맹 내 지역그룹 창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전 선언문'이 채택됐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대전시는 첨단 과학도시의 면모를 다시 한 번 확인했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 우주기술개발을 주도하는 우주특별시로 자리잡았다. 또한 컨벤션과 관광산업 활성화로 996억 원의 경제적 효과와 1,700명의 고용창출이라는 실질적인 성과도 거두었다.
대전 국제 우주대회는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최고 권위의 우주 행사를 역대 최고 규모로 치러냄으로써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우주 강국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이 개막식에 직접 참석해 세계 우주 분야 전문가들에게 한국의 우주개발 의지를 각인 시킨 점은 의미가 컸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우주를 매개로 한 국가간 협력과 교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있다. 이번 대회 참가자들은 우주의 평화적 활용을 위한 국제협력의 필요성에 모두 동의했다. 그리고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것은 우주 선진국이지만 그 혜택은 지구촌 모든 주민이 함께 나누고 누려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5일 간의 우주올림픽은 우주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전세계가 만나 소통했던 교류와 협력, 그리고 축제의 장이었다.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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