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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의 논형] 특목고의 '위헌적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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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의 논형] 특목고의 '위헌적 횡포'

입력
2009.10.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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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에도 교육이 부의 대물림 수단이 되거나 국가기능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교육이란 본디 인간 출생의 여러 조건에도 불구하고 개성을 신장시키고 능력을 향상시켜 그 조건적 제약을 극복하여 각자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다시 말해 선천적 여건에 지배 받지 않고 각자의 개성과 소질과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기회균등을 실현하는데 있다.

돈권력에 지배되는 교육현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오히려 교육이 처음부터 부에 의해 지배되고, 돈으로 차별화 되면서 출발선에서부터 불평등하게 만들고, 결과에까지 이어져 처음에 앞선 자가 결국에 승자가 되는 구조로 돼 있다. 각자의 의지나 능력과 무관하게 사회적 힘이 있거나 부자인 부모에게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인생에서 언제나 우위를 점하는 구조를 만들어, 이를 고착 시키는 것이 작금의 교육 현실이다.

이런 것은 결코 정의도 아니거니와 우리 헌법의 정신과도 배치된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10조)고 선언하면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11조), 또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31조)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한국이 이런 나라이기를 원하고 그렇게 살고 싶어 헌법에서 이렇게 가치적 결단을 했다. 따라서 교육이 사실상 사회 특수계급을 만들어 내는 것이 되면 이는 정의에도 배치되거니와 헌법에도 위반되는 것이다.

그 동안 모순이 가려졌던 특목고 문제가 고질적인 사회문제임이 드러났다. 원래 특목고는 외국어와 과학에 뛰어난 인재를 미리 양성하여 국가경쟁력을 높이고자 만든 학교다. 그러나 이런 목적은 온데간데없이 특목고는 우리 사회에서 명문대(특히 의대나 법대)로 가는 수단으로 변질되었고, 특목고 진학은 결국 돈이 좌우하는 사교육에 의해 지배되는 사태로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이 특목고 출신들이 우리 사회의 파워엘리트 군을 형성하면서 사실상 사회의 특수계급을 창설하는 창구로 변질됐다. 문제는 파워엘리트를 충원하는 것이 다양한 경쟁을 통한 것이 아니라 이런 창구를 통해 돈으로 만들어지며, 따라서 한국에서의 부는 세습될 뿐 아니라, 부가 사회ㆍ경제적 권력을 만드는 자본주의 국가의 최대 모순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에 의하면, 특목고 출신 70% 이상이 명문대에 진학하고, 사법시험, 행정고시, 외무고시를 휩쓸고 있다. 특히 특정 외고가 이런 모순의 지위를 독점하고 있는 모습은 과거 각 지역마다 명문고가 경쟁하던 구도와도 판연히 다르다. 예컨대 대원외고는 1984년 개교 이래 서울대 합격자는 2,189명, 연세대와 고려대는 각 2,536명, 2,976명에 이른다. 이 학교 출신의 법조인은 판사 57명, 검사 27명, 변호사 107명으로 사법연수생까지 합치면 300여명에 이른다. 이는 사회 통합만 아니라 국가 기능까지 왜곡하는 심각한 현상이다.

특목고가 이런 현대판 특수 귀족계급을 창출하는 수단이고 보니, 사교육 시장은 온통 특목고로의 진학 수단으로 변질되고, 이를 위해 유치원 때부터 맞춤교육을 하게 된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맞춤교육이란 결국 돈이 결정하고 이런 경쟁에서는 부자만 승리를 독식하게 된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고, 결국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그들만의 잔치'가 벌어지는 것이다.

특수계층 세습 풍조 혁파돼야

특목고 문제는 우리 사회의 통합을 아래로부터 붕괴시키는 사회적 모순으로 드러났다. 이는 보수ㆍ진보의 이념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를 지속가능 한 사회로 만드는 정의의 문제고, 헌법의 문제다. 따라서 문제의 실상을 모두 국민에게 알리고, 정부는 사회개혁의 차원에서 반드시 이 모순을 혁파해야 한다.

정종섭 서울대 교수 · 새사회전략정책硏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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