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추가 지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공개적으로는 "지원 여부는 전적으로 한국 정부에 달려 있다"(22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고 했지만 내심 경제분야든, 군사 분야든 지원을 바라는 정황이 다분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의 아프간 지원 문제에 대해 "미국의 입장은 내놓고 요청하기는 어렵지만 내심 바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불감청고소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고민도 이런 지점에서 출발한다. 우선 내달 1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한국 방문이 예정돼 있다.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 한국의 아프간 추가 지원, 특히 파병 결정은 미국에 큰 선물이 된다. 국제사회 활동에 기여한다는 명분도 갖고 있다.
정부는 올 들어 아프간 현지를 답사하는 등 재파병 문제를 고민해왔다. 하지만 2007년 아프간 인질 피랍 사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악몽 등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고민이 발목을 붙잡는 형국이다.
정부 입장은 일단 아프간 지원과 관련해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것이다. 신각수 외교통상부 2차관은 22일 국정감사에서 "우리는 국제사회의 중견국가로서 우리 책임에 부합하는 지원을 해야 한다"면서도 "아프간 내의 전체적인 수요와 각국의 지원 내역, 우리의 가용 능력 등 제반 상황을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는 최근 추가 지원 불가피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방향도 경제 지원 확대보다는 군경 파견 쪽으로 바뀌는 기류다.
경제 지원의 경우 정부는 지난 5월 "의료지원 직업 훈련을 위한 민간 재건팀(PRT)을 25명에서 85명으로 확대하고, 금액도 4,410만 달러로 늘린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국방부와 외교부 내에는 "추가 경제 지원은 파병만큼 빛이 나지 않는다. 기왕 지원할 거라면 화끈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
그래서 대두되는 게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한국 민간인 보호를 명분으로 하는 군이나 경찰 파견 방안이다. 이들이 파견된다고 해도 우리 민간인 경호로 활동 영역을 국한하면 문제가 없다는 방어 논리도 만들어지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전투병이 아니라면 파병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야당 등이 "향후 전투병 파병을 위한 명분 쌓기"라며 군경 파견에 반대할 게 분명하다. 자칫 집권 중반기 제2의 촛불시위 사태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게 부담이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은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고 결정된 것은 없다"며 "미국과 국내 상황 등 여러 가지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아프간 전략을 놓고 고심 중인 오바마 행정부가 확전 결정을 내릴 경우 한국도 파병 등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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