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결선투표 경쟁자 압둘라 압둘라의 동의가 이뤄질 경우, 두 후보자가 함께 아프간 정부를 꾸리는 '연방정부 구성안'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내달 7일 예정된 결선투표 대신 연정구성이 아프간 대선 정국의 새로운 해법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AP통신은 "미국이 최근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미군의 아프간 증파는 성공적인 결선투표에 달렸다는 신호를 보냈고, 더불어 오바마 대통령이 연정구성에 동의할 수 있음을 알렸다"고 전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MSNBC에 출연해 "우리는 여전히 아프간에서 어떻게 문제해결을 해나갈지 방법을 찾는 중"이라 밝혀 미국이 결선투표가 아닌 연정에도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 정부는 아프간 대선에 미국이 간섭하는 것으로 비칠까 봐 이처럼 에둘러 연정구성에 대한 입장을 언급할 뿐, 직접 권력분점을 주장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속내는 아프간 정세 악화가 우려되는 결선투표보다 연정 쪽으로 기우는 것으로 관측된다.
결선투표가 진행돼 카르자이와 압둘라 중 누가 승자로 결정되더라도 아프간 부족 간 갈등은 심화할 것이고, 이로 인해 미 정부의 아프간 미군 증파 부담이 더 커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자에서 "결선투표는 종족 갈등에 불을 붙일 게 확실하고, 결국 정부를 공격하는 탈레반에 의해 결선투표가 이용당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카르자이와 압둘라 측 모두 연정구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AP통신) 미국의 연정 수용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아프간 헌법에 연정에 관한 조항이 없어 실제 연정구성이 합의되더라도 향후 난항이 예상된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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