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시골 터미널 창가에 서 있었다.
다 이별일 것이라고, 더한다면 흐릿하게 남은 기억이 있을 것이라고, 이제는 조금 헛갈리기도 하는 그런.
잊고 또 그만큼 잊힌 채, 창에 비치는 꽤나 먼 곳의 몸짓으로, 멎어, 낯선 곳에서 표정도 없이.
멈추어 서서 창가를 바라보는 사람. 늦은 밤이고 시골 터미널이다. 오가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을 것이고 멈추어 서서 어떤 생각이 간절하게 고이는 순간만이 오롯하게 있었을 것이다.
이별과 기억, 사라져 버린 것, 아스라하게 멀어져 가는 것들이 교차하는 시간, 잊혀진 것들과 잊은 것들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순간, 그 순간에 눈 앞에 있는 것은 시골 터미널의 창문.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명확하지 않은 모습으로 아스라해져 가는가. 몇몇 명확한 순간을 제외하고 우리들의 시간들은 이렇게 명확하지 않다. 다만 멈추어 서서 오래 창문을 바라볼 때 창 너머로 보이는 모든 것들만이 불분명하게 잡혀올 뿐. 마치 우리들이 살아가는 생처럼 말이다.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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