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외국인 투수 아킬리노 로페즈(34)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소속이었다. 하지만 시즌 후 디트로이트는 로페즈를 조건 없이 풀어줬다. 로페즈는 짭짤한 활약을 했지만, 구단에서는 30대 중반의 나이를 이유로 그를 홀대했다. 지난해 구단과 1년짜리 계약을 했던 로페즈는 조건 없는 자유계약선수가 됐다.
지난해 10월 말 용병 스카우트를 위해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출장을 갔던 조찬관 KIA 스카우트는 로페즈가 자유계약선수로 풀렸다는 소식을 접한 뒤 곧바로 접촉을 시도했다. "한국에 가면 충분한 대우를 해주겠다"는 말에 로페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페즈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14승으로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평균자책점도 3.12로 3위였다. 단순히 승수만 많았던 게 아니고 투구내용도 특급이었다.
로페즈가 처음 선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혼자 2승을 책임졌다. 로페즈는 SK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9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3-0 완봉승을 거뒀다.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외국인 투수의 완봉승은 로페즈가 두 번째다.
지난 16일 1차전(8이닝 3실점)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였다. 로페즈는 최고구속 145㎞에 이르는 싱커로 타자들을 제압했다. 싱커 구속이 거의 직구와 맞먹다 보니 SK 타자들로서는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KIA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다면 로페즈는 최우수선수(MVP) 0순위다. 로페즈의 한국시리즈 성적은 2승에 17이닝 3실점. 타자들 가운데 특출한 선수가 없는 만큼 성적만 놓고 보면 로페즈가 단연 돋보인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외국인 선수가 MVP에 오른 적은 두 번 있었다. 2000년 현대의 우승을 이끈 톰 퀸란, 2001년 두산의 우승 주역 타이론 우즈가 외국인 선수 MVP에 오른 주인공들이다.
경기 후 로페즈는 "2승2패였기 때문에 무조건 이긴다는 각오뿐이었다. 동료들을 믿고 사력을 다해 던졌는데 결과도 좋았다. 오늘 승리로 우리는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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