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제도가 지상파방송사의 광고 독과점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2건의 미디어렙 관련 법안 가운데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의 '1공영 다(多)민영'보다는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의 '1공영 1민영' 법안 쪽에 무게가 쏠리는 형국이다. 지상파방송 광고 판매는 1980년 출범한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가 독점 대행해 왔으나 지난해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 올해 말까지 방송법 관련 조항을 개정, 민영 미디어렙을 신설해야 한다.
단계적 개방의 '1공영 1민영'에 무게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광고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 시, 지상파의 광고 독과점 심화 우려와 함께 방송사마다 미디어렙을 허용하는 '1공영 다민영' 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은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하면 지상파 3사의 방송광고 매출액은 조사기관에 따라 13∼70% 늘어나는 반면 지역방송, 종교방송, 신문사의 매출액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도 "방송사마다 미디어렙을 갖게 되면 편성ㆍ제작과 광고 영업이 결합돼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며 "광고주와 방송사가 야합해 광고료 증가를 빌미로 보도 내용을 광고주에게 유리하게 왜곡하는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완전 경쟁체제'를 주장해온 한선교 의원의 법안에 같은 당 의원들도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국회 문방위 위원 대부분이 완전경쟁 구도를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방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광고 수주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지역 및 종교 방송, 케이블TV 등도 '1사 1렙' 도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특히 아직 미디어렙의 향방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서울MBC가 독자 미디어렙 설립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MBC는 최근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보고에서 "MBC를 대주주로 하는 자회사 미디어렙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 MBC는 이 소식에 반발하고 있다. 서울 MBC가 독자 미디어렙을 가지면 그 동안 코바코에서 시행해 온 연계판매가 사라지고, 이 경우 지역MBC의 광고 매출이 떨어져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개 지역 MBC지부는 20일 성명을 내고 서울MBC에 '광고 배분 현재 수준 유지 약속 명문화'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신문협회 "지상파 광고에 한정해야"
한국신문협회는 21일 지상파방송 미디어렙은 지상파방송 광고만 판매토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문협회는 방송광고 판매 경쟁체제를 단계적,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지상파방송의 미디어렙 지분 참여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3개 항의 입장을 담아 청와대와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했다.
신문협회는 "방송광고 판매의 전면적인 경쟁체제 도입은 전체 언론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여론의 심각한 왜곡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디어렙의 광고판매 대행 영역은 지상파방송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블TV 등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뒤지는 매체의 광고와 지상파TV의 광고를 연계한 끼워팔기로, 미디어렙은 결국 광고의 방송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예상이다.
신문협회 관계자는 "미디어렙 도입 초기에는 '1공영 1민영'의 제한경쟁 체제를 유지하고 매체 간 균형 발전을 위한 환경이 조성돼가는 과정을 보며 후속 조치를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지상파방송의 미디어렙 지분 출자를 전면 금지하거나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