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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네덜란드' 각국 이민자들의 가정 갈기갈기 찢어놓은 9·11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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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네덜란드' 각국 이민자들의 가정 갈기갈기 찢어놓은 9·11의 악몽

입력
2009.10.2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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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오닐 지음ㆍ임재서 옮김사피엔스 발행ㆍ360쪽ㆍ1만2,000원

미국은 2001년 9월 11일 이전과 이후로 다른 세계가 됐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에서 자란 뒤 뉴욕에서 살고 있는 미국인 작가 조지프 오닐(45)의 소설 <네덜란드> 의 무대는 9ㆍ11 테러 1년 후의 뉴욕이다. 비극이 일어난 지 한 해가 지났지만 2002년 9월의 뉴욕은 사방천지가 불가해하고 파국적인 공기에 짓눌려 있다.

주인공은 네덜란드 출신 증권사 애널리스트 한스 판 덴 브루크. 9ㆍ11의 충격으로 변호사인 영국인 아내 레이철은 아들을 데리고 런던으로 떠나고 뉴욕에 홀로 남겨진 한스는 우연히 한 크리켓 클럽에서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 이민자 척 램키순을 만난다. 소설은 한스가 뉴욕에 거대한 크리켓 경기장을 짓겠다는 망상에 빠져 있는 척을 만난 뒤 겪는 정신적 혼란을 추적한다.

'부시는 세계의 법과 질서를 파괴하고 그 자리를 미국의 강압적인 힘으로 대체하려'한다고 주장하는 리버럴한 아내 레이철과 미국의 국조(國鳥) 흰머리 독수리를 사랑하며 이라크전쟁을 지지하는 우파 이민자인 척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한스의 모습은 9ㆍ11 이후 미국인들의 정신적 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마초같은 사내 척이 끔찍하게 살해된다는 소설의 결말은 "세계는 어떤 미국을 원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저자의 응답으로 읽힌다.

2008년 발표된 이 소설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굉장한 소설"이라고 언급하자마자 10만부 이상 판매되며 단숨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퓰리처상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꼽히는 펜포크너상 2009년 수상작이기도 하다. 제목 '네덜란드'에는 다층적 의미가 있다. 주인공 한스의 고향(Netherland)이기도 하면서, 방황하는 지옥같은(nether) 뉴욕을 뜻하며, 이민자들의 스포츠 크리켓이 대변하는 하위(nether) 문화의 의미가 겹쳐져 있다고 한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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