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리스(임대)한 고급 차량을 도난당했다고 허위 신고를 한 뒤 국내로 빼돌려 신차로 속여 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5일 미국에서 빌린 벤츠와 렉서스, BMW 등 고급 차량 78대를 몰래 빼돌려 국내로 밀반입해 판매한 무역업자 오모(46)씨를 구속하고, 자동차 수입업체 대표 박모(46)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 등은 2007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미국 현지 공범들과 짜고 로스앤젤레스에서 한국인 불법체류자나 교포 등에게 1,000~2,000달러를 주고 명의를 빌려 고급차를 임대받은 뒤 곧바로 분실 신고를 하는 수법으로 차량 78대를 빼돌렸다.
미국의 리스 회사는 차량을 도난당하면 차를 빌린 사람이 가입한 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기 때문에 딱히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이들은 훔친 차량을 장난감과 함께 운반하면서 '장난감 차'를 수출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미국 현지 세관의 감시를 피했고, 국내에서는 정식 수입차량인 것처럼 속여 밀반입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은 구매자가 외제차 공식 정비업소를 찾을 경우 장물을 샀다는 걸 알게 될까 봐 자신들이 계약한 정비업소의 이용 쿠폰을 제공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10월 미국 이민세관조사청이 한국 경찰에 공조 수사를 의뢰해 이뤄졌다. 미국 당국은 차량 도난 보험금이 급증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보험사들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미국에서 도난 당한 차량 355대가 국내에 반입된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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