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제 '겨우' 80달러를 넘은 상태지만 이미 지난해 '1배럴=150달러'의 경이적 초(超)고유가 사태를 경험했던 터라, 우려는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지금의 유가상승이 '미니버블'이란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왜, 언제까지 오를까
최근 유가 상승세의 원인에 대해서는 ▦실수요 때문이라는 주장과 ▦투기자금 때문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는 세계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으므로, '펀더멘털 개선에 따른 상승'이라는 주장이 있다. 여기에 겨울을 앞두고 난방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수요증가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고 있는 각국 경제지표를 보면, 아직까지 원유가격을 끌어올릴 만큼 경제회복세가 두드러진 것은 아니다. 결국 글로벌 달러화의 약세를 틈타 상품시장에 몰려 든 투기자금이 국제유가를 더 높이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 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이 조정국면에 돌입하자, 국제자본들에겐 금과 원유가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오일프라이스인포메이션서비스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톰 클로자는 뉴욕타임스에 "석유수출국기구(OEPC) 회원국들은 전세계 소비량보다 현재 일평균 80만배럴 초과한 양을 생산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원유값이 뛰는 것은 결국 달러와 관련된 '미니버블'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초고유가 전망을 내놓으며 유가급등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던 골드만삭스는 연말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85달러로 4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단, 경기회복이 좀더 분명해질 내년 말에는 95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회복에 복병될까
국제 유가 상승은 글로벌 경제에 분명 악재다. 짐 글래스맨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100달러는 주유소 기름값이 갤런당 3달러를 넘는다는 걸 의미한다"며 "이는 소비자들에게 큰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경기가 바닥을 쳤지만 고용시장은 개선기미가 안 보이고 주택시장도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휘발유 가격이 크게 오를 경우, 미국 소비자들은 지갑을 다시 닫아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소비시장이 다시 얼어붙는다면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타격을 받을 것이고, 이는 국내경기회복에도 장애물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유가급등으로 인플레압박이 커질 경우, 각국은 금리인상카드를 일찍 뽑을 수 밖에 없고 이는 세계경제 회복을 지연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투기세력의 움직임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에 얼마나 더 오를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미국이 당분간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글로벌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은 유가가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실장은 그러나 "유가가 경제 회복을 훼손할 수 있을 정도로 상승할 경우 다시 수요측면에서 하락 압력이 발생하고, 최근 잠잠해진 원유 시장에서의 투기자금 규제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내년 평균 유가는 배럴당 84달러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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