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가 다니고 있는 중학교의 2학년생 몇이 신종플루에 감염된 모양이다. 학교에서는 일언반구 말 한 마디 없으니 진위 여부를 확인해볼 수는 없고 큰애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나란히 붙은 세 개의 반에 하루꼴로 한 명씩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전화로 학교 동정을 보고하는 아이는 격앙되어 있었다. 사정이 이런데 학교는 토요일에 있을 축제를 강행할 모양이라고 했다.
조용하게 반에서 축제를 치르는 걸로 바꾸었지만 학생들이 다 모이는 점심시간은 어떻게 피할 거냐고 조목조목 따졌다. 지금 당장 학교에 전화를 걸어 임시 휴교를 요청하라고 했다. 이대로라면 다른 학년 학생들까지 감염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했다.
2학년 아이들은 학교에서 나눠준 마스크를 쓰지도 않은 채 복도를 활보하고 있다고 했다.
나이가 한참 어린 동생을 둔 큰애는 신종플루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손씻기 습관은 진작에 몸에 뱄다. 미주알고주알 보고를 하던 현장통신원이 별안간 소리를 질렀다. "2학년이닷!" 이름표 색깔이 다르니 먼곳에서도 몇 학년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후다닥 어디론가 뛰어가는 발짝 소리를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우습기도 한 상황인데 웃을 수도 없었다. 다음날 오후 학교에서 문자가 왔다. 2학년은 지금 즉시, 1, 3학년은 내일부터 임시 휴교에 들어간다는 내용이었다.
소설가 하성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