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관현악단의 가을은 초연되는 창작 음악들로 풍성하다. 제3회 국립국악관현악단 창작음악회는 국악ㆍ양악계의 중견 작곡가 4명의 작품이 무대를 장식한다. 양ㆍ한 매체를 적극 구사, 시대와 조응하는 국악의 현재성을 웅변할 자리다. 근본주의적이고도 결연하다.
컴퓨터 음악과 국악의 만남을 꾸준히 시도해 온 황성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의 '강'이 첫 무대를 장식한다. 다양한 타악 선율을 이용, 굽이쳐 흐르는 강의 갖가지 소리를 표현한 작품이다.
윤선도의 시 '어부사시사'도 이혜성 경원대 작곡과 교수에 의해 풍성한 국악관현악곡으로 태어난다. 원작 중 특히 봄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춰, 잔잔한 새벽 바다를 마주한 노어부의 심성을 표현했다.
중앙대 한국음악과를 나온 황호준씨는 전통 국악관현악의 틀 안에서 12음계 등 서양음악 어법까지 포함하는 실험적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공간이동'은 순수 국악적 형식을 존중한 가운데, 어느 정도까지의 '부딪침'이 가능한가를 보여준다. 황씨는 "선율의 문제를 떠나 최근 하고 있는, 보다 근원적인 음향악적 실험의 결과"라고 말했다.
국악을 전공하고 뉴욕시립대 작곡과를 나온 조원행씨는 자연의 경이를 노래한 '국악관현악을 위한 대지 Ⅱ'를 들려준다. 조씨는 "국악마저 실용화 풍토에 쫓겨 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 음악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며 "세마치, 휘모리 등 3박자 중심의 리듬에 오음계를 주조로 한 선율을 구사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번 무대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새 출발을 알리는 자리이기도 하다. 6년 동안 궐석이던 상임 지휘자를 새로 맡게 된 조정수씨가 그 주인공이다. 벨기에 브뤼셀 왕립음악원 등지에서 공부한 조씨는 "민족적 선율을 갖되, 이 시대 사람들이 듣기 편한 관현악곡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4일부터 열린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의 폐막 무대이기도 하다. 11월 4일 오후 8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80-4115~6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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