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그대로 경계하고 살핀다는 뜻의 경찰(警察)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894년 갑오경장으로 들어선 친일 김홍집 내각이 일본식 경찰조직을 새로 만들면서부터다. 그 전에는 의금부, 포도청 등 여러 기관에서 치안 및 수사 업무를 나눠 담당해 왔다. 기관의 수장인 의금부 판사(종1품)와 포도대장(종2품)은 모두 당상관이었다. 특히 포도대장이 현 경찰청장(차관급)과 동급이라는 게 공교롭다. 지금의 경찰은 1945년 10월 21일 미 군정청에 경무국이 설치된 것을 효시로 삼는다. 초대 경무국장은 유명한 조병옥 박사였다.
▦벌써 64돌을 맞은 경찰의 한결같은 숙원은 수사권 독립이다. 1954년 제헌의회에서 형사소송법을 만들 때부터 일찌감치 이 문제가 논란이 됐다. 그러나 끝내는 검찰이 공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독점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등과 다른 국가 경찰제여서 경찰이 수사권까지 갖게 되면 힘이 너무 커진다는 게 이유였다. 그때 경찰은 지금의 경호실이나 국가정보원 등의 기능을 모두 합친 막강한 조직이었다. 하지만 사실은 경찰관 의 자질에 대한 불신과 일제 치하의 경찰 이미지 등 심정적 요인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당시에도 이론상으로는 경찰 수사권이 맞다고 봤으니, 경찰로서야 반세기가 넘도록 바뀌지 않는 상황이 기막힐 것이다. 결국 이번엔 청와대에 직접 건의하는 방식으로 실마리를 풀기로 한 모양이다. 지난 정권에선 대선 공약이었는데도 안 됐는데 지금도 검찰 출신이 우글우글한 국회에 맡겨봐야 뻔하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목표는 간단하다. 형소법 195조의 '검사는…수사할 수 있다'를 '검사와 사법경찰관은…'으로, 196조의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한다'를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상호 협의하여 수사한다'로 바꾸는 것이다.
▦경찰에 수사권을 주는 게 더 논리적인 만큼 검ㆍ경 간 논쟁 양상은 이번에도 같을 것이다. 국민 편의와 보호 명분을 놓고 다투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신뢰도 조사 때마다 꼴찌를 다투는 검ㆍ경이 이런 싸움을 하는 건 코미디다. 핵심은 여전히 심정적 요인이다. 다 못 믿으니 한 기관에 결론을 맡기기보다는 경-검 식으로 한 단계라도 더 두는 게 덜 불안할 것 같은 막연한 느낌, 이게 많은 국민이 수사권 독립을 꺼림칙하게 보는 이유다. 기득권은 검찰에 있으니 억울해도 경찰이 더 노력하는 것 외에는 딱히 방도가 없다.
이준희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