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무언가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단어다. '도시락'은 듣기만 해도 놀러 나가는 일이 연상되거나 학생 시절 엄마가 싸 주시던 추억의 맛이 떠오르는 단어다. 도시락은 단순히 '상자나 용기에 담은 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사 먹는 일이 별스러웠던 시절에는 있는 찬을 어떻게 얼마나 펼쳐 담느냐가 관건이었다. 밥과 찬의 분량 조절, 매일 먹는 김치를 그냥 넣을 것인지, 한 번 볶아서 넣을지, 볶을 때 소시지를 같이 넣을지, 아님 돼지고기 끄트머리 남은 것을 섞을지 다시 한번 그 선택은 달라진다.
외식과 매식이 흔해지면서 도시락은 잠시 우리 곁을 떠나 있는 것 같았지만 연비 좋은 소형차가 인기를 끌고 작은 원룸이라도 내 스타일대로 꾸며서 살고 싶은 실속파들이 늘면서 도시락은 슬쩍 다시 돌아오고 있는 추세다. '테이크 아웃'이라는 외국 말로 포장돼 다시 유행을 타기 시작했지만 사실 테이크 아웃 메뉴의 전신은 도시락인 것이다.
집에서 만드는 테이크 아웃 메뉴를 몇 개 소개해 보면, 일단 '버섯 밥'이 있다. 버섯이 제 철이라 향이 무척 올라 있는데, 버섯을 섞어 넣어 지은 밥을 꼭꼭 뭉쳐서 버섯 주먹밥을 만든다.
여기에 깨랑 참기름을 섞어서 향기를 더할 수도 있다. 야무지게 뭉쳐서 비닐 랩으로 싸면 사무실에서, 집 앞 동산에서 보리차 한 병만 있으면 된다.
사실 도시락을 쌀 때 너무 일거리가 많으면 간단히 담아서 나가 먹는다는 취지가 흐려진다. 감자 삶은 거 두 알, 깨끗하게 깎아서 담은 가을 사과에 따뜻한 차 한 병 정도면 충분하다.
삶은 감자 이야기가 나왔으니 삶은 감자에 삶은 달걀을 다져 섞어 넣고, 여기에 마요네즈랑 버터 소금 후추를 넣어 버무리고 생 파슬리를 잘게 다져 넣어 식빵에 바른다. 옛날식 샌드위치다. 사무실에 싸 가면 일하면서 먹을 때 좋다. 야근하는 애인을 위해 준비해 주면 좋아할 그런 맛.
사실 도시락은 둘이서 셋이서 나눠 먹어야 제 맛이지만, 혼자 먹어도 맛있다.
살면서 나만을 위해 밥상을 차릴 만큼의 여유가 자주 없으니 한 달에 한 번쯤, 특히 요즘같이 상쾌한 가을바람이 섞여 드는 날씨라면 나만을 위한 도시락을 준비해서 평소에 보고 싶었던 DVD라도 빌려 보면서 천천히 시간을 즐겨도 좋겠다.
박재은 푸드칼럼니스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