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의 백미는 '우중 캠핑'이라고 말하는 마니아들이 많다. 텐트 안에서 듣는 빗소리는 낭만 그 자체다. 타다닥 빗방울이 텐트를 두드리는 소리, 또르르르 빗방울이 텐트를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진한 커피를 마셔 본 사람은 열에 아홉은 캠핑에 빠져든다.
이런 우중 캠핑의 낭만을 즐기기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첫째도 조심, 둘째도 조심, 셋째도 조심하는 마음가짐이다. 라디오를 항상 켜두고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요즘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가랑비가 갑자기 폭우로 변하기도 한다. 캠핑 이력이 일천한 초보의 경우 빗방울이 떨어지고 쉽게 그칠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 텐트를 걷는 것이 가장 좋다.
계곡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비가 오면 계곡의 수량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급격히 불어난다. 계곡물이 텐트를 삼키는 것은 순식간이다. 텐트를 치기 전 자리도 잘 살피자. 물이 범람한 흔적이 있는지를 따져 보고, 풀이 옆으로 쓰러져 있거나 풀잎에 누런 흙물이 배어 있는 자리는 피하는 게 좋다. 최근에 물이 범람했다는 증거다.
타프를 잘 활용하는 것도 요령이다. 양 날개를 최대한 지면에 닿게 치면 빗물이 고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 내리게 된다. 물골 파기용 야삽은 반드시 챙겨 가자. 요즘 사이트 대부분은 배수시설이 잘돼 있어 어지간한 비에는 물골을 파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물길이 사이트 쪽으로 나 있는 경우는 예외다. 물골을 파서 사이트 내로 밀려드는 물길을 우회시켜야 한다. 잔디밭에는 절대 물골을 파지 말 것. 잔디가 회복 불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옷(상하의 분리형이 좋다) 장화 윈드브레이커 등도 반드시 챙겨 가야 한다. 비를 맞고 나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타프 아래에서 떨다 보면 우중 캠핑의 낭만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된다.
비는 바람과 함께 온다. 타프와 텐트가 바람에 날려 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긴 팩 준비는 필수다. 바람이 세다면 여분의 팩을 모두 박아야 한다. 빗물로 물러진 땅에서 짧은 팩이 견디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다. 스트링도 굵은 것으로 보강해 줘야 한다. 한적한 '솔로 모드' 보다는 여러 사람이 있는 곳으로 캠핑 가기를 추천한다.
안전에 대한 준비가 됐다면 이제 우중 캠핑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 향기로운 와인도 좋고 진한 커피도 좋다. 막걸리에 파전도 우중 캠핑의 재미를 두 배로 크게 해 준다.
<오토캠핑 바이블> 저자 최갑수 오토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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