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정부 시절 이뤄진 미국과의 핵밀약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 (9월 17일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무장관)
"수십년 된 조약을 조사하는 것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1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
1960년대 미ㆍ일 최고위급간 이뤄진 핵밀약과 관련해 일본 민주당 정부의 철저조사 방침을 놓고 양국이 또 다른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십년간 묻혀 있던 이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된 이유는 반세기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일본 민주당 정부의 공약인데다 실제 내각 명령을 통해 지난달 말부터 조사를 시작했기 때문. 게다가 최근 일본을 방문한 게이츠 국방장관이 오키나와(沖繩)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이전과 함께 이 문제를 정조준 한 것이 갈등을 키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게이츠 장관이 21일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일본 방위성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 정부가 미국의 핵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에 해를 가하는 (핵밀약) 조사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23일 보도했다. 기타자와 장관은 "일본 정부가 민감하게 다룰 것"이라고만 답했다.
일본 민주당 정부가 주목하는 미ㆍ일 핵밀약은 크게 두 가지로 1960년 양국 안보조약 개정 때 미국이 일본 국내로 핵무기를 반입할 경우 사전협의 하되, 핵무기를 탑재한 미 함정의 기항과 항공기의 영공 통과는 묵인한다고 비밀 합의한 것이 첫 번째다. 또 1969년 당시로부터 3년 후(1972년)에 있을 미국의 오키나와 섬 반환 이후에도 유사시 오키나와에 핵무기를 배치하고 보관하기로 한 양국 정부간 '양해(understanding)'가 두번 째다. 양국이 보는 '유사시'는 한반도에서의 상황과 관련돼 있다.
미국으로서는 수십년 전 있었던 핵밀약이 공개되는 것 자체가 곤혹스럽다. 또 미국은 밀약이 있었다고 해도 현재는 효력이 없다며 일본측 조사 의도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핵밀약 관련 조사는 일본의 국내 문제"라며 조사는 자민당을 의식한 일 민주당의 차별화 전략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1999년 미국이 관련 문서를 일부 공개했을 때 당시 일 자민당 정부는 즉각 공개 취소를 요청했었다.
이에 일 민주당 정부는 양국 핵밀약 존재를 밝혀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게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일 오카다 가쓰야 외무장관은 "과거 자민당 정부가 핵밀약을 부인함으로써 대외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며 진상조사가 자민당 전 정권을 겨냥한 일종의 '역사 바로 세우기'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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