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는 피해갔다.
21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연설로 관심을 끌었던 '한국군 아프간 파병' 문제는 정작 본 게임인 22일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이날 발표된 한미 SCM 공동성명은 아프간을 언급하지 않은 채 "평화유지 활동, 안정화 및 재건 지원, 인도적 지원 및 재난 구조를 포함해 광범위한 범세계적 안보도전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 간의 긴밀한 협력"을 담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 정도는 매년 SCM 공동성명에 등장하는 의례적인 수사다. 오히려 '아프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 필요성'을 명시한 지난해 성명보다 애매한 표현이다.
전날 게이츠 장관이 한미연합사 연설에서 '국제 사회에 대한 한국의 군사적 기여'를 이례적으로 강조한 점을 감안하면 소극적인 태도다. 게이츠 장관은 SCM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전적으로 한국이 결정할 문제"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전일 게이츠 장관이 우회적으로 한국군의 아프간 파병을 촉구하면서 사실상 할 말을 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이상 직접적인 요청을 하는 것은 한국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탓에 미국은 애초부터 공식 석상에서 이를 거론할 가능성이 적었다는 것이다. 이 정도에서 공을 한국으로 넘기는 게 미국으로서도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전략적 고려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일단 파병 문제가 아프간 문제의 중심에 선 뒤 이 카드(파병)를 포기함으로써 논란을 잠재운다면 한국이 파병을 제외한 다른 선택을 하기는 수월해진다.
처음부터 추가 경제ㆍ의료 지원 등을 요청하는 경우와는 상황 전개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물론 이 경우에도 한국의 아프간 지원 확대는 언젠가는 파병으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남게 된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 문제는 예상대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양국은 기존 전작권 전환 일정에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게이츠 장관은 회견에서 "현재 (전작권 전환) 진행 수준은 매우 만족스럽고 솔직히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만족감을 표하고 "2012년 4월17일 전환을 절대적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진행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기 문제를 재론하는 것은 양국 모두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완할 게 있다면 이미 합의한 대로 매년 상황을 점검, 평가해 이를 반영하면 된다는 인식이다.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공약이 과거에 비해 강화된 것도 이번 SCM의 특징이다. 핵우산뿐 아니라 재래식 공격, 미사일 방어 등의 확장 억제력 수단을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확장 억제력 제공이 단지 정치적 선언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대북 메시지를 담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내용이 성명에 담긴 것은 우리측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위기 시 세계 전역에서 가용한 미군 병력을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증강 배치한다는 성명 내용도 같은 맥락이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사진=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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