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미국 등 서방과의 핵 협상 합의안 수용을 보류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23일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핵 협상 합의안 중 일부가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어떤 내용을 수정하기 바라는지 밝히지는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 국영TV는 이날 핵 협상 대표단에 참가한 고위인사의 말을 인용해 "우리는 테헤란(의료용) 원자로에 연료를 제공하는 문제와 관련, 이란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서방국가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고위인사는 국영TV에 "협상 참가국들이 합의를 깨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고 AP는 보도했다.
또한 국영TV는"이란정부는 러시아 등 외국으로 우리의 우라늄을 내보내는 것보다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얻기 위해 사용되는 원자로의 핵연료를 구매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며 이란이 사실상 합의안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란과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협상 참가국들은 모두 23일까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지난 21일 합의한 핵 협상 초안의 최종 수용 여부를 전달해야 했다. 이들 나라 대표들은 이란이 보유한 3.5% 농축 우라늄을 러시아로 보내 농도 20%의 저농축 우라늄(LEU)으로 전환, 이를 프랑스로 옮겨 의료용 원자로 가동을 위한 연료봉으로 제작해 이란에 돌려주는 합의 초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란이 합의안 수용을 보류한 반면, 미국, 러시아, 프랑스는 합의안 수용을 IAEA에 23일 통보했다. 이날 이타르타스통신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러시아의 공식적인 핵 합의안 수용 결정을 기자회견에서 밝혔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에 이어 프랑스와 미국도 각각 정부 공식 발표를 통해 협상 초안에 동의한다고 밝히며 이란의 최종 결정을 종용했다.
한편, 이란이 국제사회의 합의안 최종 수용 요구를 보류한 것에 대해 AP통신은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에 적잖은 실망감을 안기게 됐다"며 국제사회의 반응을 전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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