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 있는 시상식에는 원래 레드 카펫이 제격이다. 그러나 17일 도쿄 국제영화제에서는 그린 카펫이 깔렸다. 영화산업계도 환경을 생각하고 '그린 이니셔티브'를 취하자는 뜻으로 펼친 퍼포먼스다. 모든 분야에서 심각한 에너지난과 지구 환경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다.
녹색성장 정책 알릴 기회
7월 이탈리아 G8 회의에서 한국이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선도국가로 지정된 후 정부는 2030년 세계 최초로 국가단위의 '그린 카펫'을 펼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래의 에너지 정책을 선도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중요한 행사가 '2013 대구 세계에너지총회'이다.
세계에너지총회는 '에너지 올림픽'으로 불린다. 대구시는 지난 해 11월 멕시코에서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리더인 덴마크, 대륙 안배 논리를 내세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제치고 개최도시로 선정됐다. 대구 세계에너지총회는 국제적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저평가 되었던 우리의 위상을 높일 절호의 기회이다. 교토 의정서 이후 첫 대규모 국제 에너지 관련 행사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세계에너지총회는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에너지협의회(WEC) 주도로 93개국에서 저명한 에너지 관련 인사들이 3년마다 모여 글로벌 현안을 다루는 회의다. 석탄, 천연가스, 석유, 원자력, 신재생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에너지 자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유엔을 포함한 여러 국제기구에서도 에너지 관련문제는 WEC의 의견을 수용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세계에너지총회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어떤 회의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2005년 APEC 정상회의는 4,700억∼6,700억 원, 6월 제주도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1만 명 이상의 고용유발 효과와 2,600억 원 이상의 홍보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정됐다. 대구 세계에너지총회는 2013년 10월 10~19일 열흘 동안 국내외 2만5,000명 이상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대구경북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1조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총회 참가자들의 등록비, 전시장 임대 수입, 관광 수입 등을 통하여 5,000억 원의 직접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이에 더하여 수출상담, 비즈니스 네트워크 형성, 오일 머니 획득, 일자리 창출, 신기술 개발, 국가적 위상 제고, 한국 기업 브랜드 가치 향상까지 5,000억 원 이상의 간접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엑손 모빌을 비롯한 굴지의 다국적 회사들이 총회기간에 열리는 전시회 등에 참여할 예정이어서 투자유치 등 비즈니스 상담 활동도 활발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세계 에너지 강국으로 발돋움
세계에너지총회는 우리나라의 발전된 에너지 정책, 국제 흐름을 이끌어 가는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자랑스럽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러나 아무리 멋진 장을 펼치더라도 흥정하는 손님과 눈길을 사로잡을 물건이 없다면 그야말로 소문만 요란할 뿐 먹을 게 없는 잔치가 될 수 있다. 관련학계는 혜안과 비전을 갖춘 논문으로 실력을 보이고, 기업들은 선진 기술을 바탕으로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놓아야 한다. 여기에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더해진다면 대구 세계에너지총회는 우리나라가 에너지 강국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신정수 2013대구세계에너지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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