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하 등 지음/북하우스 발행ㆍ364쪽ㆍ1만4,000원
"인생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젊은 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들은 있다."
제목 아래 저자들의 이름이 나열된 속표지를 넘기면 마주보게 되는 말이다. 그대로 이 책의 주제이고 편집 기조다. 한 바닥에 위의 글귀만 딱 세 줄로 나눠 써 놓고, 다음 페이지부터는 "잘 놀고 있나요?" "라이벌을 이기고 싶은가요?" "당신은 두려움과 눈을 마주칠 수 있습니까?" 등 '기출 문제'가 이어진다.
이 '문제집'엔 모두 88개의 질문이 들어 있다. 문제집을 사서 풀어봐야 할 '수험생'은, 88이라는 질문의 개수에서 눈치챌 수 있겠지만, 대한민국에 사는 20대들이다. '제출위원'들은 수험생들이 멘토로 삼을 만한 우리 사회의 선배 21명. 자신들도 20대 때 겪었을 법한 고민과 의문들로 문제를 만들었다.
작가이자 'PAPER' 편집장인 황경신씨의 기출 문제. "꽃이 시드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나요?" 황씨의, 해답이 아닌, 말하자면 '풀이의 한 가지 사례'는 이렇다.
"'꽃병 속에 꽂힌 채 시들어가는 백일홍을 관찰해 보라.' 그의 편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찾아온 각성은 낮고 조용하고 은밀한 것이었다. 두려워할 일만은 아니야, 생각했다. 하나의 계절이 왔다 가는 일도, 하나의 사랑이 솟아났다 스러지는 일도, 생명 혹은 죽음 그 자체도."(145쪽) 취업난이 아무리 심각해도 이십대 때 이수해야 할 '사랑과 이별이라는 필수 과목'의 기출 문제다.
SBS 기자 편상욱씨의 기출 문제는 실용 과목에 속한다. "어떻게 하면 나만의 천직을 찾을 수 있을까?" 편씨의 풀이 사례. "일이 즐겁다, 밤을 새워 뉴스를 전하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마지막 남은 체력 한 방울을 짜서 일에 몰두하는 시간이 짜릿하다… 이런 생각이 20대에 들었냐고? 당연히 아니다. 일을 하다보니 천직이라고 깨달은 것이다. 이게 내 천직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동안에도, 우리의 젊은 시간을 흘러간다."(332쪽)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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