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필로 그린 거대한 꽃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김홍주(64)씨의 개인전이 30일 서울 아르코미술관에서 개막한다. 아르코미술관이 현대미술사의 문맥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작가의 작업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대표작가전'으로 마련한 전시다. 작가가 소장하고 있는 197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90여점이 나온다.
1978년 한국일보 주최 한국미술대상전에서 최우수 프론티어상을 받으며 화단에 등장했을 당시 그의 작품은 지금과 전혀 달랐다. 청계천 고물상에서 수집한 문짝, 거울, 시계, 차문 등을 프레임으로 삼고 유리 대신 천을 씌워 사실적 이미지를 그려?은 초기작들은 오브제와 회화 사이를 넘나든다. 1980~90년대에는 프레임을 없애고 거대한 캔버스에 산과 논밭 등을 반복적인 형태로 표현한 풍경을 그렸다.
2000년대의 꽃그림과 나뭇잎의 맥을 그린 그림, 그리고 커다란 덩어리를 연상시키는 최근의 풍경 그림들은 솜털을 촘촘히 박아넣은 것 같은 세필이 특징이다. 멀리서는 뿌옇게 보이는 형태들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현미경을 갖다댄 것처럼 끊임없는 반복의 흔적을 드러낸다.
그렇게 끊임없이 회화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변화를 거듭해온 김씨는 "살다보면 나이에 따라 보이는 길이 다르지 않은가. 자연스럽게 그때 환경과 상황에 따라 내가 바라는 것을 따랐을 뿐, 이유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노안으로 세필 작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돋보기를 끼니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그림에서 힘도 빠졌다.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저 되는 대로 그릴 뿐이다."12월 2일까지, 관람료 2,000원. (02)760-4850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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