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올 3분기에 2조1,000억원 대의 매출에 2,09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한다. 반도체시장 불황과 유동성 위기로 한 때 존폐 위기에 몰렸던 회사가 글로벌 금융위기마저 견뎌내며 8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하이닉스의 부활 신화는 대만의 난야, 미국의 마이크론, 독일의 키몬다, 일본의 엘피다 등 경쟁업체들이 여전히 큰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거나 소폭 흑자만 기록한 것과 대비돼 더욱 뜻 깊다.
하이닉스의 적자 탈출을 가능케 한 직접적 요인은 주력상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상승과 수요증가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앞을 내다본 공격적 기술투자와 시장분석, 임직원들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이 깔려 있다. 경쟁업체들이 시설투자를 꺼린 최근 2년 간 연 매출의 10%씩을 R&D(연구개발)에 투자, DDR3 D램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했으며 임직원들은 임금삭감을 감수하며 생산공정 혁신에 헌신적인 땀을 쏟았다. 그 성과와 업적은 지금 이천공장의 '최고주의 거리'100m의 양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경영진의 결단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해 중국 현지공장에 최첨단 기술인 54나노 공정을 적용하는 문제를 놓고 기술유출 논란이 들끓었으나 범중화권 시장 추세와 글로벌 IT기업의 동태 등 장기적 안목에서 불가피한 투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 결과 중국공장이 현재 하이닉스 D램 생산의 50%를 차지하고 중국시장 점유율은 41%에 달하게 됐다. '위기는 기회다'는 격언을 그대로 실천한 것이다.
하이닉스 사례는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한국기업의 공격적 전략이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기술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을 볼 때 반도체 시장에서 두 회사의 독식체제가 굳어졌다"가 평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하이닉스의 몸값이 높아진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과거 숱한 경험이 말하듯 성공 신화엔 실패와 몰락을 재촉하는 달콤한 유혹이 녹아있기 마련이다. 하이닉스의 축배엔 더 많은 땀과 눈물이 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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