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세종시 원안 고수 발언이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 내 각 계파, 야당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임으로써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부의 갈등과 여야 간의 공방이 확산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특히 부처 이전 규모를 최소화하자는 청와대 및 친이계와 9부2처2청을 세종시로 옮기자는 박 전 대표측의 대립이 첨예화할 가능성이 있어서 주목된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선(先) 대안 제시, 후(後) 여론수렴'의 과정을 거치기로 한 만큼 현재로선 어떤 결론도 나지 않은 상태라는 원론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박 전 대표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려고 애썼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권이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원안 수정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발언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세종시 원안 수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한나라당 내 친이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발언에 적잖이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야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세종시 수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려 할 경우 당내 친박계 의원들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박 전 대표의 '수정 불가' 입장 천명에 따라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발언 강도가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며 "당이 복잡하게 돌아갈 것 같다"고 걱정했다. 친이계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가 말한 것은 한나라당의 기본 당론이기 때문에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애써 비중을 두지 않으려 하면서도 "다만 정부에서 수정안이 나온다면 신중히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야권은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놓았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이명박 정권의 세종시 건설 백지화 음모가 더 이상 진행돼선 안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도 이제 세종시 흠집 내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자유선진당의 '세종시 백지화저지 비상대책위' 대변인을 맡은 김창수 의원도 "한나라당 안에 양심과 신뢰를 지키려는 정치인이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고 환영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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