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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신·경 분리안'에 정부 "신경 거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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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신·경 분리안'에 정부 "신경 거슬려"

입력
2009.10.2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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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수술 계획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농협의 사업구조개편 방안 얘기다.

너무 비대해져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비효율과 부패가 번져갔던 농협에 대해 정부가 개혁 압박의 수위를 높이자, 농협중앙회는 자체 구조개편안을 마련해 22일 공개했다.

농협수술의 큰 흐름은 거대한 몸집을 2개 기능으로 쪼개는 것(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신ㆍ경분리). 거기까지는 어느 정도 원칙적 합의가 도출됐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정부) – "대체 누구를 위한 신ㆍ경분리냐"(농민단체) - "양쪽 입장을 고려해 고심 끝내 내린 개편안이다"(농협중앙회)는 입장이 묘하게 대립하고 있어, 향후 입법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쟁점 별로 짚어본다.

명칭

농협중앙회는 1961년 '농업은행'과 농업인 자조 조직 '농업협동조합'의 합병으로 탄생한 조직. 농협과 농민 측은 역사성을 지닌 현 명칭을 그대로 가져가자는 주장인 반면, 정부는 개명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제안한 이름은 '전국농협경제연합회.' 농협 관계자는 "이름이 바뀌면 전국 2,000여개의 간판과 각종 로고 등의 교체 비용은 물론이고 새 브랜드를 홍보하는 데에도 적잖은 비용이 들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라도 명칭 변경은 필수조건이라고 버티고 있다.

업구조 개편 형태와 시기

농협의 사업을 신용(금융)사업과 경제(농산물 유통)사업으로 분리하는 데에는 대체적으로 동의가 이뤄진 상태. 정부와 농협, 농민단체는 지난 2007년 "매년 8,250억원의 적립금을 쌓아 2017년까지 신ㆍ경분리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정부는 '금융선진화' 차원에서 일정을 대폭 앞당겼다. 올해 안에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이번에 마련된 농협 측 구조개편안은 ▦2012년까지 신용사업을 먼저 분리하고 ▦경제사업은 자생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되는 2015년까지 지주회사로 전환, 분리하는 일정으로 되어 있다. 농협 측은 "경제사업 분리의 경우 충분한 자금 지원 등 여건에 따라 그 시기가 단축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2011년까지 신용ㆍ경제사업을 일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농민단체들은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거친 뒤 원안대로 2017년까지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호금융의 지배구조

농협에는 은행기능의 중앙회 신용사업과 별도로, '마을금고'식으로 운용되고 있는 단위조합 즉 '상호금융'이 있는데, 그 지배 방식을 놓고도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 상호금융을 농협의 신용사업과 분리한다는 데에는 의견이 모인 상태지만, 정부는 상호금융을 완전 독립시켜 독자의 길을 가게 한다는 입장이고, 농협은 '상호금융대표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농협의 이 안은 상호금융 운영 권한은 분리하되, 기본적으로 농협 안에 둠으로써 자회사처럼 운영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 여기에 농민단체와 농협 노조 등은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라도 분리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처음부터 고수하고 있어 대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요자금

농협은 현재 신용사업에서 돈을 벌어 경제사업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굴러가고 있다. 그만큼 신ㆍ경분리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데, 특히 분리에 소요되는 자금 조달 방식을 두고도 불협화음이 예상된다.

정부는 먼저 분리한 뒤 경제사업의 자립에 필요한 자금을 실사를 통해 지급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농협은 '먼저' 분리자금 6조원을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4대강 사업 등으로 궁핍한 정부의 말만 믿고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노조와 농민단체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살리고 독립성을 지키긴 위해 힘들더라도 자체 조달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기타 사업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분리되면 지금 신용사업의 수익으로 충당되고 있는 영농기술교육지원 등 각종 사업비는 어디서 조달하느냐를 두고도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분리되면 경제사업 자체에서 낸 수익으로 사업비를 조달하도록 하고 있지만, 농민단체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국내 농업 기반이 더욱 취약해지는 상황인 만큼 신용사업부문에서 계속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협은 이를 절충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양쪽에서 조달하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그 비율을 놓고 대립이 예상된다.

결국 정부 농협 농민단체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선 상황에서 이번 농협의 구조개편안은 27일 주주총회에 해당하는 대의원(조합장) 총회를 거쳐, 정부에 넘어가게 된다. 정부는 이를 다듬어 최종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 그러나 일부 농민단체 등은 신경분리를 전제로 한 27일 대의원 총회 자체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또 한바탕 충돌이 예상된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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