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게 얽혀가던 세종시 문제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으로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박 전 대표의 입장은 한마디로 원안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정치적으로 충분하게 논의해 결정된 사안이고 이후 선거 때마다 여러 차례 확인, 재확인한 대국민 약속이므로 이제 와서 이를 수정하거나 뒤집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나아가 필요하다면 도리어 도시기능을 강화하는 추가 방안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원안 축소, 또는 백지화 의도에 분명하게 쐐기를 박은 것이다.
우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세종시 계획의 수정 움직임에 우려를 표해왔다. 세종시 특별법은 정치ㆍ사회적으로 활발하고도 광범위한 논의 및 합의 과정을 거쳐 정상적으로 입안이 된데다, 헌법재판소도 두 차례 결정을 통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사안이다. 당시 한나라당이 충청권 연대를 통한 지지기반 확장의 목적으로 세종시 건설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 그런데 이후 정치적 환경이 변했다 해서 입장을 돌이키는 것은 박 전 대표의 지적대로 대국민 약속을 헌신짝처럼 취급하는 일이다.
더욱이 주민 이주와 보상이 이뤄졌고 기반공사가 끝나 일부 청사의 건설도 시작된 상황이다. 수도분할로 인한 비효율성 따위의 주장은 당시에도 균형개발론 등과 함께 올려졌던 핵심 논제였다. 세종시 계획의 근본적 수정 주장은 명분과 실질 양 측면에서 모두 근거가 약하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여당이 새삼 국가백년대계를 운위하는 것도 낯간지럽다. 이는 당시 눈 앞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중대한 국가적 책임을 외면했다는 부끄러운 자기고백 외에 다름 아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세종시는 당초 안대로 추진하는 것이 원칙에 부합하는 일이다. 자족기능이 떨어지는 이른바 '유령도시'가 그렇게 걱정된다면 보완책을 고민하는 것이 맞다. 그러니 이쯤 해서 세종시 수정 주장은 접는 것이 좋겠다. 논란을 더 길게 끄는 것은 정부 여당 입장에서도 부담만 키우는 일일 뿐 아무 실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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