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서민생활 안정을 위하여 '미소금융' 사업을 제시하였다. 향후 10년간 대기업 출연금 1조원과 휴면예금을 포함한 금융기관 출연금 1조원을 모금하여 자활의지가 있는, 제도권 금융 소외층인 저신용ㆍ저소득 층에 대해 생계자금이나 창업자금을 무담보 무보증 소액신용 대출을 해 주는 것이다. 대출금액은 용도에 따라 500만원에서 5,000만원 정도를 지원하고, 1~5년에 나누어 갚게 하겠다는 것이다. 금리도 5% 미만으로 매우 낮다.
금리 높이고 대출기간 줄이길
운영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한다. 미소금융 사업은 엄청난 관심을 모았으며 최근 한 달 동안 '관치금융', '은행권 주도권 싸움', '친MB사단 특혜' 등등 수많은 논란을 만들었다. 이러한 논란 속에 기금 출연이 확정되고, 사업을 시작할 시기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논의를 모아야 한다.
미소금융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자활의지가 강하고 사업능력이 있는 저소득자가 그 대상이 되어야 한다. 자활의지가 약하고 사업능력이 없는 저소득자를 지원한다면 반드시 실패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지원대상은 7등급 이하이지만 8~9등급을 우선해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발표는 미소금융의 지원대상이 저소득자가 아니라 저신용자로 맞추어지는 느낌을 들게 한다. 이는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자활의지가 강하고 사업능력이 있는 지원자를 발굴하려면 이 일을 자원봉사자들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사업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더라도 전문인력을 고용해서 업무를 맡겨야 하며 이를 관리할 수 있는 강력한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
금리도 제도권 금융기관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상환기간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1년으로 축소해야 한다. 미소금융의 성공사례로 지적되는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도 대출금리를 20%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상환기간도 1년에 불과하다. 높은 금리와 단기간에 상환해야 하는 압력으로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은 그라민 은행을 찾지 않는다. 현재와 같이 낮은 금리와 긴 상환기간을 고집한다면 미소금융은 자기 확신이 없는 수많은 사업계획서와 싸워야 한다.
미소금융 사업의 재원은 반드시 회수되어 재투자될 수 있는 재원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미소금융은 올해 저소득층 아동이나 장애인복지시설 보험가입을 지원하기 위하여 4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하였으며, 향후에도 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사업이 미소금융 사업의 취지와 일치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사업 초기부터 이러한 지출이 이루어지면 향후 재원 고갈이 눈에 보인다. 정부도 재원 고갈에 대해서 재단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정부의 취지에 호응해 기금을 출연한 기업들도 당연히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미소금융재단의 기금이 정치권이나 정부의 금고 역할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인 방지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획기적 관리방안도 꼭 갖춰야
마지막으로 미소금융 지원자들의 사업장에 '미소금융 지원 사업장'이라는 표시를 달게 해야 한다. 그라민 은행에서는 대출금 회수를 위하여 대출희망자 5명을 1조로 구성해 그 중 2명에게 먼저 대출해 주고 이 두 사람이 상환을 잘하면 다른 사람에게 대출해 주는 관리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가 이런 전근대적인 방식을 채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형태이든 획기적인 관리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 모두가 '미소금융 지원 사업장'을 확인할 수 있다면 사업자들의 책임감을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에도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사업장이 성공을 하면 미소금융을 이용하는 국민들이나 미소금융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대기업이나 금융권에게 더 큰 보람을 줄 수 있다.
홍재범 부경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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