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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밖 '그들' 의 메시지… 결코 공상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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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밖 '그들' 의 메시지… 결코 공상이 아니야

입력
2009.10.2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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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느다란 목, 커다란 눈, 긴 손가락. 여기까진 좋다.

그런데 볼록 튀어나온 배, 바닥에 붙다시피 한 다리, 앞뒤로 긴 머리통. 정말 이상하게 생겼다. 외계 생명체의 대명사인 그는 이티(ET)다.

1982년 영화가 개봉된 이래 외계 생명체 하면 자연스럽게 그의 외모가 떠오른다. 하지만 훨씬 잘 생긴 외계 생명체가 우주 어디엔가 존재할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전파 신호라도 쏠지 모른다. 한국에서도 외계 생명체의 전파 신호를 찾는 작업이 시작된다.

이달 말 SETI KOREA 본격 착수

우주에서 오는 신호 가운데 인류의 기술로 포착할 수 있는 건 빛과 전파다. 빛은 가까운 거리에서나 가능하다. 아주 먼 천체에서 외계 생명체가 신호를 보낸다면 전파일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 외계 생명체의 전파 신호를 포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3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별 축제'에서는 '한국형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SETI KOREA)' 프로젝트 착수가 공식 선포될 예정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외계 전파 신호를 분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처음 공개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연세대 천문대, 한국천문연구원이 함께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천체에서 방출되는 전파와 휴대폰이나 무전기에서 발생하는 지구의 전파간섭을 제외한 다른 전파 신호를 찾아낸다. 외계 생명체의 전파 신호는 이미 알려진 전파와는 다른 패턴일 거라는 가정에서다.

지금까지 알려진 천체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전파 신호를 내는 건 펄사(Pulsar)다. 1초에 1,000번 자전하면서 회전 때마다 전파를 방출한다.

조슬린 버넬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펄사의 신호를 처음 포착했던 1967년 외계 문명이 보냈을지 모른다고 여겼다. 그는 당시 펄사를 '작은 초록 외계인(LGM)'이라고 불렀다.

천문학자들은 외계 생명체의 전파 신호는 펄사보다 훨씬 짧은 시간 동안 강한 에너지를 방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신호를 포착하려면 거대한 전파망원경이 필요하다.

국내 천문학계에선 서울(연세대) 울산(울산대) 제주(탐라대) 3곳에 각각 지름 약 20m인 전파망원경을 설치하고 이들을 서로 연결해 '한국 우주 전파 관측망(KVN)'을 만들었다. KVN은 현재 시험 가동 중이다.

KVN이 본격 가동되면 10억분의 1초마다 우주의 전파 신호를 기록할 수 있다. 3곳의 망원경이 동시에 같은 천체를 관측한 다음, 각 데이터를 모아 합성하는 방식이다. 합성된 데이터는 남한 전체 면적만한 거대한 망원경이 관측한 것과 동일해진다.

누구나 참여하는 외계인 찾기

문제는 데이터의 분량이다. 워낙 방대해 슈퍼컴퓨터를 동원해도 3개월만 모으면 더 이상 저장할 공간이 없다. 고심 끝에 천문학자들은 PC의 도움을 빌리기로 했다.

문서 작성이나 인터넷 검색에 쓰는 PC의 용량은 전체의 10% 정도다. 나머지는 사실상 놀고 있는 셈이다. 이 유휴 용량을 모으면 엄청난 규모의 컴퓨팅 자원이 된다.

20일부터 누구나 SETI KOREA 공식 홈페이지(www.koreaathome.org)에서 외계 신호 분석 프로그램을 내려 받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PC에 설치하면 외계 신호를 분석하는 데 자신의 컴퓨터 자원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SETI KOREA를 주도하는 과학자들은 이렇게 분석된 데이터를 모으면서 수개월 전의 데이터는 폐기해 새로운 저장 공간을 확보할 참이다.

SETI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가에 달려 있다. 기술이 뛰어나도 전파 신호를 분석할 컴퓨터 용량이 모자라면 소용없을 테니 말이다. 이명현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은 "현재 SETI KOREA에 참여할 예정인 네티즌이 벌써 약 4만5,000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SETI의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은 99년 이미 세계인을 대상으로 SETI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지름 305m짜리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으로 외계 전파 신호를 포착하겠다는 목표다.

지금까지 약 1,80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 대국민사업실장은 "넓은 우주에 인간만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호기심을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해 달라"며 "이런 근본적인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이 바로 과학"이라고 밝혔다.

미국 SETI의 전파 신호 분석 방식은 한국과 다르다. 그들은 전파 신호 수신 장비의 주파수 간격을 세밀하게 나눴다. 천체가 보내는 자연 전파 신호는 넓은 주파수 영역에, 외계 생명체의 인공 전파 신호는 훨씬 좁은 영역에 집약적으로 들어올 거라는 추측에서다. 반면 KVN은 주파수 대신, 시간 간격을 촘촘하게 나눴다. 미국 SETI와 다른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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