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14일 독일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세계 최대 도서전으로 꼽히는 이 전시회에선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행사장의 40%가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e북)과 관련된 단말기와 콘텐츠들로 채워진 것.
전시장 절반에 가까운 공간이 서적이 아닌 e북으로 채워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심지어 유럽지역의 일부 출판사는 이번 행사에 종이책 대신, 아예 e북을 먼저 선보였다. 전시회를 둘러본 한 관계자는 "e북이 도서관에 들어오는 e북 시대가 머지 않아 도래할 것"이라며 "e북을 위한 별도의 편집본도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본격적인 e북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발달과 함께 디지털화한 종이책이 e북으로 겉옷을 갈아 입으면서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글로벌 e북 시장 규모는 올해 252억달러에서 내년엔 353억달러로 증가한 데 이어, 2011년엔 492억달러를 거쳐 2012년엔 667억달러까지 급팽창할 전망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e북이 성장성 갖춘 틈새시장을 열고 있는 셈이다.
그 동안 콘텐츠 부족으로 침체 양상을 보여왔던 e북 시장이 활력을 되찾게 된 계기는 미국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이 현지 3위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와의 제휴를 맺고 e북 단말기로 출시한'킨들1' 이 등장(2008년11월)하면서부터다. 이동통신망으로 콘텐츠 내려 받기가 수월하게 제작된 이 제품은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대수가 100만대를 넘어설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시장성을 확인한 아마존은 올해 5월 기존 제품에 비해 화면을 키우고 성능을 개선시킨 '킨들2'를 내놓았다. 킨들 시리즈는 현재 글로벌 e북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아마존의 이 같은 성장세에 자극 받은 관련 업계의 e북 시장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20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최대 서점 체인 업체인 반스앤노블은 애플의 전 디자인총괄책임자인 로버트 브루너가 6인치 화면 크기의 e북 단말기로 디자인한 '눅'을 '킨들1'과 같은 가격인 259달러로 책정해 공개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도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e북 단말기 사업 진출을 공표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e북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관련 업계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특히 정체 양상을 빚고 있는 출판 업계는 전자 업체와 손잡고 e북 단말기 출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올해 2월 교보문고와 전자책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삼성전자는 7월 8,000장 분량의 메모 저장이 가능한 메모리를 내장한 e북 단말기 'SNE-50K'(사진)를 선보였다. 중소업체인 아이리버도 지난 달 무게 284g의 '스토리'를 선보이며 e북 단말기 시장에 뛰어 들었다.
KT도 교보문고와 함께 내년 상반기까지 무선통신망을 통해 콘텐츠를 내려 받을 수 있는 e북 단말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보다 충분한 콘텐츠 확보와 고가의 단말기, 저각권 문제 등은 e북 단말기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인 인프라 확보만 보장된다면 디지털 기술에 의한 책의 가치는 다양한 형태로 극대화 될 가능성이 높다"며 "e북은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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