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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속빈' 깜짝 성장…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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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속빈' 깜짝 성장…전문가 진단

입력
2009.10.2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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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강하게 나올 수 있지만, 급격한 재고조정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강조했던 말이다. 실제로 3분기의 전분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2분기에 버금갈 만큼 '깜짝 실적'이 전망되고 있으나 내용을 뜯어보면 환호성을 지르기에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급격하게 소진된 재고를 다시 확충하느라 생산이 활발해졌고 정부의 경기부양책도 효과를 발휘했지만, 무엇보다 민간 부문의 자생력을 의미하는 투자와 고용은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21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3분기 성장률을 전기 비 2.3%, 전년동기 대비 -0.2%로 예상한 김종수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설비투자가 2분기에 전분기비 10% 가량 증가했으나 이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가 워낙 안 좋았던 데 따른 기저 효과 때문"이라면서 "3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거의 증가하지 않는 0% 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도 전혀 개선이 안 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희망근로사업 같은 공공부문을 제외하면 일자리는 여전히 20만명대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최근 민간소비가 회복세를 보였지만, 고용증가 및 소득개선 등에 따른 자생적 회복이 아니라 국내외 금융불안 완화, 경기부양효과 및 주가상승에 따른 억압수요 회복 등 단기적이고 인위적인 성격이 짙다"고 판단했다.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 않는 것은 세계 경제의 '더블 딥' 논란이 계속되는 등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바닥을 친 것은 사실이지만 고용과 주택시장 회복세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수요 회복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올해 2, 3분기에 생산지표가 크게 개선된 것은 지난해 말 급격히 떨어진 가동률이 회복된 영향이 크다"면서 "그러나 아직까지도 예년 수준에 못 미치는 실정이어서 기업들이 투자를 더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실장은 "자동차와 전기ㆍ전자 등 환율 효과와 경쟁 우위 등으로 올해 시장점유율이 올라간 일부 산업부문에서는 투자가 이루어지겠지만, 세계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전반적인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기업이 재고 수준을 예년 수준으로 맞춰 놓은 후에도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으면 생산활동이 다시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경우 재정지출 효과마저 소진되면 성장률이 다시 낮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정부가 추가 재정지출의 목표를 단기적인 '돈 풀기'보다 중장기적으로 민간 부문의 자생력을 높이고 고용 인프라를 개선하는 쪽으로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문석 실장은 "최종재에서는 투자가 늘어날 여력이 크지 않으므로 부품과 소재, 내수 서비스 분야에서 투자가 늘어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며 "다양한 투자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수 연구위원은 "올해 정부의 고용 정책이 희망근로, 청년 인턴제도 등 단기적 처방에 좀더 치중했던 것 같다"면서 "이러한 일자리는 정부가 돈을 안 쓰면 바로 없어지는 거품과 같은 것이므로, 앞으로는 '고용의 질'을 강화하는 데 좀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민 실장도 "경기에 따른 실업을 정부가 막을 수는 없지만, 고용시장의 효율성을 높여 '마찰적 실업'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면서 정부가 중장기적 고용 정책을 내놓을 것을 제안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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