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21일 방한 직후 첫 연설에서 이례적으로 '국제 사회에 대한 한국의 군사적 기여'를 강조하고 나섰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한국군 파병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돼 22일 열리는 4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결과가 주목된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오후 방한 직후 서울 용산의 한미연합사령부을 찾아 한미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우리는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한반도 방어와 더불어 세계 안보에 대한 기여자로서 적절한 국방 투자에 나설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의 아프간 파병을 바라는 미국측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한국군의 과거 파병 사례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한국은 지난 50년 동안 베트남과 이라크 등에서 미군과 함께 싸워왔는데, 오늘날 한국의 국제 군사적인 역할에는 다른 논리와 역학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 파병은 한국이 미국을 돕는 것으로 간주됐지만 앞으로는 한국의 군사적 기여는 그 자체로, 즉 한국의 안보와 국익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군의 해외 파병을 적극 장려하는 모양새다.
그는 또 한국군의 '국방개혁2020'을 지지한다며 "이를 통해 미래 한국군은 단지 한반도를 더 잘 방어하게 될 뿐 아니라 지역 사회와 국제 안보에 대한 기여자가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군 내 국제평화유지군 상비부대는 특히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우리 국방부는 이에 대해 "미측으로부터 파병 요청을 받은 바 없기 때문에 파병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SCM에도 아프간 파병은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게이츠 장관은 20일 전용기 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SCM에서 아프간이 광범위하게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한국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직접적인 파병 얘기가 테이블에 오를지는 미지수지만 아프간 지원 방안이 논의된다는 얘기다.
물론 파병이 아닌 다른 형태의 지원책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내심 아프간에 대한 한국의 군사적 지원을 바라면서도 한국 정치상황과 파병의 정치적 의미를 고려해 지금까지 공식적인 요청을 자제해 왔기 때문이다.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이 18일 '경제적 지원'을 언급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밖에도 이번 SCM에서는 2012년 4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주한미군 기지이전 사업,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제 참여 문제,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300㎞로 제한한 한미 미사일 지침 수정 문제도 이번 회의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전작권 전환과 관련, 우리 사회 일각에서 연기론이 떠오르고 있지만 한미 모두 이를 재론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어 일정 연기 문제는 논의되기 힘들 전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진행 상황을 평가하고 보완요소를 점검하는 논의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사진=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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