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부산 아시아 · 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선 상황버섯 발효주 '천년약속'이 큰 화제가 됐다. 전 세계에 홍보가 된 만큼 대박이 날 것만 같던 '천년약속', 그러나 최근 시중에선 '천년약속'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신용하 전경련 중소기업 경영자문단 자문위원(중소기업혁신스쿨 학장)은 21일 "'천년약속'의 실패는 기술적으로는 완벽한 제품을 내 놨더라도 정작 소비자가 사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천년약속은 2006년 185억원에 달했던 매출이 2007년 67억원으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억원에서 마이너스 5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결국 지난해 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규모 감자가 이뤄지며 경영권은 동아제약 계열사인 수석무역과 부산지역 상공인들에게 넘어갔다.
신 위원은 "'천년약속'의 경우 제품의 기술력에 안주, 다소 단 맛이 난다는 젊은 소비자층의 지적을 외면했다"며 "상황버섯의 항암 연구개발 결과를 제품으로 내 놓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다시 고객의 수요에 맞는 상품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밝혔다.
'천년약속'과 대비되는 것이 '딤채'다. '딤채'는 냉동 공조기술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냉장고와 달리 저장실 표면 자체가 냉각되는 직접 냉각 방식을 썼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기술로 소비자 수요를 정확하게 맞췄다는 데에 있다.
아파트가 확산되며 발효 음식에 꼭 필요한 김장독 역할을 대신할 상품이 필요하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기술력만 있던 제품이 소비자가 사 가는 상품으로 발전했다는 게 신 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서로 다른 영역의 융합이 일상화하면서 기술과 경영을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신 위원은 이러한 내용을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계속되는 '경기 회복기를 대비한 중소기업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강연한다. 이에 앞서 21일 개막식과 함께 열린 주제발표에선 박문구 회계사(삼정KPMG)가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해 원가를 절감한 중소기업 사례들을 소개,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더페이스샵코리아는 한ㆍ아세안 FTA 체결 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국가를 일본에서 태국으로 변경, 클렌징 품목에서 연간 6억원 가량의 관세 인하 효과를 봤고, 이노센트 가구도 완제품 수입선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전환, 제품 가격을 10%나 인하할 수 있었다. 이건산업은 칠레에 합판공장을 설립, 칠레가 FTA를 체결한 유럽연합이나 미국 등으로의 수출을 확대해 현지 법인 매출을 10년만에 722만달러에서 4,100만달러로 늘렸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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