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 팔꿈치 내측인대 손상, 척골 신경 충돌증후근, 후내방 충돌증후근….
채병용(27ㆍSK)의 진단서에는 일일이 기억하기도 힘든 각종 병명들이 열거돼있다. 지난 200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 34순위로 SK에 입단한 뒤 이듬해부터 8년 동안 SK의 주축 투수로 변함없이 활약해 온 훈장이나 다름없다.
지난 6월 팔꿈치 통증으로 2군으로 내려갔을 때는 시즌을 접고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3개월 뒤 채병용은 거짓말처럼 돌아와 SK의 가을잔치에 당당히 한 몫을 해내고 있다. 올시즌을 마치면 팔꿈치 수술과 함께 2년 간의 공익근무를 해야 하는 채병용이기에, 이번 한국시리즈에 거는 그의 기대는 그 누구보다 간절할 수밖에 없다.
채병용은 아직도 볼을 던질 때마다 팔꿈치가 쑤신다. 긴 이닝을 던지기도 어렵다. 다음 등판까지의 시간도 다른 투수들보다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더욱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2패 뒤 1승을 거둔 SK의 선발투수로 채병용이 마운드에 섰다. 채병용은 5와3분의2이닝 동안 5개의 안타를 내줬지만 5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볼넷은 1개만 허용하며 KIA의 막강 타선을 1점으로 막아냈다. 올해 포스트시즌 자신의 첫 승리였다.
6회초 선두타자 이현곤에게 의외의 솔로홈런으로 1점을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완벽한 투구였다. 1, 4, 5회 3개의 병살타를 잡아내며 KIA 타선을 마음껏 요리했다. 6회초 마운드를 정우람에게 맡기고 덕아웃으로 돌아올 때 SK 홈팬들은 눈물겨운 부상투혼을 불태운 채병용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인천=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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