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치러진 아프가니스탄 대선 재검표 결과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의 득표율이 당선에 필요한 5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카르자이 대통령이 재검표 결과를 인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결선투표 실시, 연립정부 구성안 등이 엇갈리면서 향후 아프간 정국은 예측불허의 상태에 놓이게 됐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카르자이 대통령은 20일 "과반 득표에 실패해 아프간 헌법에 따라 결선 투표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 감시단체인 데모크라시인터내셔널이 유엔 감시하의 아프간 독립선거관리위원회(IEC) 재검표 결과를 분석한 결과, 카르자이의 득표 중 99만5,000표가 부정 처리돼 득표율은 종전 54%에서 49.67%로 낮아졌다. 경쟁자인 압둘라 압둘라 후보는 20만표가 무효처리 돼 31.5%를 득표했다.
유엔 감시단은 19일 "전체의 4분의 1 가량이 무효 처리됐고 그 중 80%가 카르자이의 표" 라고 전했다. IEC는 또 내달 7일 대선 결선투표를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카르자이가 재검표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국제 사회의 다각적인 압박 때문이다. 아프간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아프간 정권이 정당성을 획득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가울 리 없다. 오바마 정부는 재검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추가 파병이 불가하다며 카르자이를 압박해왔다. 존 케리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19일 카불에서 카르자이를 직접 만나 설득했으며 힐러리 클린턴 장관 역시 수 차례의 전화 통화를 가졌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역시 19일 전화 통화로 카르자이를 압박했다.
카르자이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아프간 헌법상 1위 후보가 과반수 득표에 실패할 경우 2주 안에 결선투표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카르자이가 아프간 대법원을 움직이려 할 경우 변수가 생긴다. 재검표 결과는 IEC가 승인해야 하지면 대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카르자이가 재검표 과정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해 온 것도 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카르자이 측근의 의견도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 결선투표를 주장하는 반면 일부는 결선투표가 카르자이를 지지하는 파슈툰 족과 압둘라를 지지하는 타지크 족 간의 인종 갈등만 심화시킬 것이라며 반대한다.
카르자이가 결과에 승복했다 해도 아프간의 정치적 불안정이 해소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아프간의 겨울이 시작되면서 서둘러 재투표를 진행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을 내년 봄까지 미룰 경우 탈레반의 세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지향기자 jhchoi@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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