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항공 수요는 논스톱으로 보다 멀리 갈 수 있는 중ㆍ대형 비행기에 몰릴 것이다."(보잉)
"메가시티(초대형 도시) 증가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안락하게 실어나를 수 있는 초대형 항공기가 부상할 전망이다."(에어버스)
세계 항공기 시장의 양대 산맥인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가 차세대 항공 산업의 변화를 놓고 국내에서 한바탕 격돌했다. 경기회복에 따라 앞으로 항공수요가 꾸준히 늘 것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항공사들이 택할 기종에 대해서는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20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서울국제에어쇼에 참석차 방한한 양사 경영진들은 잇따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20년간의 항공산업 변화상을 제시했다. 에어버스와 보잉 모두 향후 항공산업은 경제성장률 증가와 함께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잉사의 경우 연평균 3.1%의 세계경제성장률에 근거해 승객규모는 이보다 많은 4.1% 늘 것으로 예상했다. 소득수준 증가에 따라 승객수는 소득증가율보다 더 빨리 늘어난다는 계산에서다. 에어버스도 승객 증가율 전망치(4.7%)가 보잉보다 다소 높긴 하지만, 큰 차이는 없다.
이견은 항공사와 고객이 어떤 비행기를 선택하느냐에서 나온다. 보잉과 에어버스의 제품전략이 다른 이유다. 보잉의 판단은 승객들이 비행기를 안 갈아타고 한 번에 멀리 가려 한다는 것.
랜디 틴세스 보잉 마케팅 부사장은 "지난 50년간 항공산업을 분석한 결과, 항공사들이 좀 더 먼 곳으로 운항횟수를 늘려왔다"며 "이는 앞으로 연료효율이 높은 200~400석 항공기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보잉이 올해말 선보이는 787 드림라이너와 747-8이 그것이다. 보잉은 현재 119개 항공사로부터 드림라이너 5,156대 수주해 놓았다.
반면, 에어버스 생각은 다르다. 향후 도시 집중화로 늘어난 메가시티 간의 인구이동이 증가한다는 것.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고급스러운 분위기 속에 안락하게 이동하길 원한다는 게 'A380'출시 이유다.
이번 에어쇼에 선보인 A380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호텔'로 통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기다. 2층 구조로 된 기내에는 침대와 샤워시설, 카지노 등 고급 편의시설을 갖췄고, 최대 탑승인원은 800명에 달한다. 보잉 주력 기종인 787 드림라이너(200~300명)나 747-8(400~500명)보다 월등한 규모다.
숀 리 에어버스 마케팅 이사는 "향후 서울과 같은 메가시티는 현재 37개에서 82개로 늘어날 것"이라며 "초대형 럭셔리 항공기에 대한 수요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를 감안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A380 10대를 도입한다.
이들이 이처럼 국내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항공수요와 직결되는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서다. 보잉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아ㆍ태 지역의 여행수요 증가율은 6.9%로, 세계 평균 증가율(4.9%)보다 2%포인트나 높다. 때문에 항공기 수요도 전세계 수요(2만9,000대)의 31%에 이르는 8,960대가 아ㆍ태지역에 몰려있고, 이중 한국과 일본 수요도 1,180대에 이른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항공산업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기 때문에 보잉과 에어버스가 한국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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