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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오,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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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오, 기억

입력
2009.10.20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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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하게 지내는 부부의 집에 놀러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는 두서없이 흘러가 어느덧 아내가 급작스레 응급실에 갔던 수 년 전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내의 복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남편은 외출을 하고 그 사이 아내의 병은 응급실에 갈 정도로 악화가 된다. 재미있는 건 그날을 기억하는 남편의 증언이다.

오늘 무엇을 먹었냐는 의사의 질문에 아내가 "커피와 노래방 새우깡요"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며 아내는 남편을 쳐다보고 남편은 잘못된 자신의 기억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기억이란 무엇일까. 내가 아는 어떤 이는 어린 시절 자신이 좁고 긴 통로에 갇혀 있었다고 기억한다. 어머니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어쩌면 그는 난산이었던 어머니의 자궁 속에 갇혔던 걸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인조 인간인 레이첼은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바로 자신의 기억 때문이다. 그녀에겐 유년 시절과 부모님, 친구들에 대한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이 그녀를 만들어낸 박사가 자신의 조카 기억을 거짓으로 심어놓았다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 며칠 전 건물 로비에서 만난 한 사람과 인사를 나누었다. 인사를 하고 돌아서니 그가 누구인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돌아보니 그도 그런 듯 고개를 갸웃대고 있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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