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의 선거부정과 이에 따른 결선투표 가능성 등 아프가니스탄 대선 혼란으로 미국의 아프간 전략이 모호해지고 있다. 특히 추가파병 조건을 놓고 정부 관계자들이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아프간 미군 추가 파병 여부에 대한 결정은 대선의 적법성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고 20일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미 군용기를 타고 일본으로 향하면서 탑승한 기자들에게 "아프간 대선 문제가 복잡해 지고 있지만 금세 개선되지는 않는다"며 "미국의 아프간 전략이 아프간 정부의 정통성이 인정될 때까지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그러나 램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이 밝힌 입장과 상반된다. 앞서 18일 이매뉴얼 비서실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 전략 및 추가 파병과 관련한 미결정 문제들은 아프간 정부의 정통성과 효율성 여부에 달려 있다"며 "파병 규모보다 대선의 적법성이 우선"이라고 밝혔었다.
아프간 정부에 대한 정통성 요구는 선거부정과 부패 의혹이 짙은 카르자이 대통령에 대한 선 긋기로, 부패한 정부를 전쟁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은 당초부터 아프간 선거에 대해 엄정중립을 선언했었다.
하지만 백악관과 국방장관이 이처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프간 전쟁에서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미국의 애매한 입장을 반영한다. 스탠리 맥크리스탈 아프간 주둔 미 사령관의 증파 요구를 거절할 경우 탈레반에 정권을 내주고 '패전'멍에를 쓸 가능성이 높아지는 반면 증파한다 해도 "이길 수 없는 전쟁에 미국인의 생명과 재산을 탕진했다"는 국내 비난에 휘둘릴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대선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의 선택은 저항세력으로 하여금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으로 어쩌면 증파가 필요할 수도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전쟁에서 패한 대통령으로 남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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