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기억으로 살아남기 위한 소망을 위한 것이 아닌가…다른 예술도 그렇겠지만 특히 문학은, 인간과 세상을, 삶과 정신을, 그래서 이 세계 전모를 재구성하고 재생함으로써 이후의 사람들에게 그것들을 기억해두기를 요구하고 그 실존을 환기하며 그 인격을 추념토록 하는 것이다."
원로 비평가 김병익(71)씨의 비평집 <기억의 타작> (문학과 지성사 발행)은 회상과 추모의 기록이다. 2005년부터 5년 동안 쓴 글을 묶었다. 기억의>
그 5년은 김씨에게, 시간 앞에 유한한 인간 존재의 비극을 극복하는 수단으로서 문학의 위상을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2008년 한꺼번에 세상을 떠난 박경리, 이청준, 홍성원 등 작고 문인들의 삶과 문학을 회억하는 글들은 그런 의미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그는 동시대를 함께 한 문학기자이자 현장 비평가로, 때로는 둘도 없는 문우로서 그들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간다.
"시대의 수난자였고 현실의 피난자였음에도, 정권에 경례하지도, 대중에 아첨하지도, 부나 인기에 연연해 하지도 않은 이" (박경리), "삶에서 고상했고 뜻에서 고원했으며 인품에서 고매했고 작가로서 한국문학의 최고였으며 그럼에도 무엇보다 세상에 대해 겸손하고 따뜻했던 이"(이청준),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또 존재여야 하는가를 제시해 주었고 당당하고 고상한 삶이란 어떤 모습인가의 실례를 스스로의 올곧은 삶을 통해 보여준 이"(홍성원) 등 '한국문학의 액년(厄年)'이었던 지난해 세상을 떠난 대가들에 대한 김씨의 아쉬움과 그리움은 깊고 짙다.
1960년대 이래로 창비와 함께 한국문학의 한 기둥이었던 '문지' 1세대로서 문지의 문학적 지향점을 회고하며 그 지성사적 의미를 되짚은 '자유와 개성' '자유와 성찰'등은 평생을 '문학주의자'로 살아온 김씨 비평정신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글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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