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농산물 훔쳐 구속된 소설가 '참회 편지'/ "궁핍한 생활에 쪼들려 고물 주워 팔다 그만…죄 씻을 길 있다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농산물 훔쳐 구속된 소설가 '참회 편지'/ "궁핍한 생활에 쪼들려 고물 주워 팔다 그만…죄 씻을 길 있다면"

입력
2009.10.20 22:41
0 0

"피해자에게 조금이라도 사죄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편지를 씁니다."

지난달 생활고를 못 이겨 강원 농촌지역 빈집을 돌며 농작물 등을 훔치다 구속된 소설가 A(52)씨가 최근 지역일간지에 편지를 보내 참회의 뜻을 밝혔다. '사죄를 위한 고백'이란 제목의 5장 분량 편지에서 그는 절도의 유혹에 빠져들었던 절박한 상황, 장애인인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 전업 작가의 고충, 갱생의 의지 등을 절절이 풀어놓았다.

A씨는 화천군 간동면 최모(57)씨 빈집에 들어가 70만원 상당의 마른 고추를 훔치는 등 지난 7월 말부터 최근까지 29차례에 걸쳐 농산물, 세간살이 등 1,300만원 어치를 훔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상습절도)로 지난달 27일 구속돼 현재 춘천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그는 "한 때의 잘못을 뉘우치며 후회와 반성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되돌아 봐도 도무지 용서가 안 되는 죄이기에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피해를 본 분들께 죄를 어찌 빌어야 할지 감당하기 어려운 절망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노동일을 하다 4층에서 추락해 신체장애를 겪고 있는 자신의 삶, 전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 정신장애와 우울증을 앓는 아내와의 힘겨운 결혼생활도 털어놨다. 또 창작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좌절도 고백했다.

"기초생활수급비로 받은 돈은 방세와 생활비, 소설 비용 등을 제외하면 남는 게 없어 늘 궁핍한 생활의 연속이었습니다. 장편소설을 여러 문학상에 응모해 생활이 좀 더 나아지기를 기대했지만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A씨는 "생활에 쪼들리다 우연히 장마에 떠내려 온 고물을 주워 팔기 시작하면서 유혹에 빠져들었고, 그것이 결국 불행의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고물이 돈이 되자 조금씩 고철을 훔쳐 팔게 됐고, 나중에는 빈집을 골라 터는 상습 절도범으로 전락한 것이다.

1997년 지역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5편의 장ㆍ단편을 발표했던 A씨는 작품 활동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드러내며 선처를 호소했다. "또다시 영양실조로 거리에 쓰러지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소설은 우리 부부의 삶과 꿈을 지탱하는 용기를 줍니다. 그 꿈과 희망을 너그러이 살피시고 죄를 뉘우칠 길을 열어주시길 소원합니다."

춘천=곽영승 기자 yskwa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