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입장과 목소리가 존중되는 곳이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입장과 견해가 다른 이들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생각의 차이를 극복해 가는 곳이 민주주의 사회다. 헌법이 집회ㆍ결사의 자유, 언론 자유 등을 보장하는 것은 이처럼 국민들이 저마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함이다.
권력이나 폭력과 같은 강제 수단으로 이념과 사상의 표출을 억압하는 곳은 전체주의 사회다. 자신의 생각만 옳다는 독선에 빠져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거나, 심지어 다른 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기회조차 봉쇄하는 것은 전근대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현실 정치 참여를 표방한 진보 인사들의 모임인 '희망과 대안'의 그제 창립식에 극우 보수단체 회원들이 난입해 행사를 무산시켰다. 대한어버이연합회 소속 회원들인 이들은 행사 시작 직후 고함을 치며 단상을 점거하고, 참석한 야당 대표 등에게 "(당신들은) 김대중 같은 공산당 아니냐"는 등 모욕적 언사를 퍼부었다. 아직도 우리 사회를 해방 후나 한국전쟁 당시의 이념 대결 구도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놀랍고 개탄스럽다.
물론 분별력 없는 노인들의 치기 어린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치부하기엔 그들의 행동이 너무 계획적이고 조직적이며 상습적이다. 이 단체는 지난달 다른 보수단체들과 함께 국립현충원 앞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묘를 만든 뒤 이를 파헤치는 퍼포먼스를 한 바 있다. 이른바 진보 진영에 대해 시비와 딴죽을 걸어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고 있는 것인데, 우리 사회는 물론 보수 진영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현 정부 출범 후 극우 보수단체들의 활동이 도를 넘어서고 있지만 활동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르다 해서 다른 단체의 명예를 손상하고 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용인하는 한계점을 넘어서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건강성을 좀먹는 이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찰은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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