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을 갖고 그린 만화가 아니다. 경찰 지구대에서 근무하며 겪은 애환을 그저 지인들과 나누기 위해 그렸을 뿐이다. 그렇게 2007년 4월 인터넷 개인소식지 '싸이월드 페이퍼'에 '뽈스토리(POL STORY)' 1호 황사마스크편을 올렸고, 어느새 191호까지 달려왔다. 진솔한 경험이 녹아있는 이야기는 경찰 안팎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성원을 이끌어냈다. 뽈스토리는 최근 누적조회수 100만회를 돌파했다. 5월부터 경찰청 공식블로그 '폴인러브(http://blog.naver.com/e_podori)'에도 게시되고 있으며 한 케이블TV는 뽈스토리를 바탕으로 시트콤을 제작하기도 했다.
뽈스토리를 연재하는 주인공은 서울 강남경찰서 청담지구대의 강현주(28ㆍ사진) 경장이다. 어릴 적 만화가를 꿈꿨던 강 경장은 미술학원 문턱 한 번 넘은 적이 없지만 수준급 솜씨를 자랑한다. 강 경장은 "경찰시험을 준비할 때 경찰이 된 모습을 상상해 만화로 그리곤 했다"며 "지구대 근무로 몸과 마음이 지쳐갈 무렵 만화를 그리면서 힘을 내던 기억을 떠올리며 뽈스토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 경장이 뽈스토리 한 편을 그리는 데는 보통 4~5시간이 걸린다. 손으로 그린 뒤 스캔을 해서 컴퓨터로 옮기고, 다시 색을 칠하는 작업까지 거쳐야 한다. 당연히 업무 외 개인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초기작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렸지만, 충남경찰청의 한 경찰관이 경찰 내부망에 뽈스토리를 올린 뒤 전국 각지에서 동료들의 사연이 빗발치며 소재 걱정을 덜게 됐다. 강 경장은 "소재는 무궁무진해도 경찰을 대표하는 입장이라 선택에는 고민이 많다"며 "정말 재미있고 공감 가는 사연을 받아도 사회적인 논란 가능성이 있거나 보안상 문제가 있다면 다룰 수 없다"고 말했다.
191호까지 연재한 뽈스토리 중 강 경장은 12호 치매노인편을 첫손으로 꼽았다. 12호는 남편 이름도 자녀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치매노인이 평생 몸담았던 직장 전화번호는 기억한다는 내용이다. 강 경장은 "택시기사가 지구대에 내려주고 간 노인을 통해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 대한 애착을 깨닫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밝혔다.
만화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강 경장에게도 평생 몸 담을 직업은 경찰이다. 21일이면 경찰이 설립된 지 64주년이 되는 날. 2005년 11월 경찰에 입문한 강 경장은 새삼 선배들의 무게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강 경장은 "만화를 그리는 것도, 결국은 경찰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며 앞으로도 계속 경찰의 길을 갈 것"이라며 "뿔스토리를 책으로 펴내 수익이 생기더라도 이익금 전액은 기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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