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다른 비서관실을 찾아가 막말과 욕설을 퍼부어 국민적 비난을 샀던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징계가 정직이나 해임, 파면이 아닌 감봉이나 견책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징계 절차가 매듭되지 않아 최종 징계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비서관직을 그만두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로 보아 그렇게 가닥이 잡혀가는 모양이다.
통신 3사에 거액의 민간협회기금 출연을 종용했다는 논란을 부른 행정관도 방송통신위원회로 복귀해 대기발령을 받는 선에서 징계가 끝났다. 청와대의 설명은 "압력을 행사하진 않았으나 회의를 주재하면서 기금 출연 얘기가 오가도록 방치한 행위는 부적절했다"는 데 그쳤다.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 직원의 불미스러운 행동은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일"이라며 엄중한 징계를 지시했던 게 무엇이었나 싶다. 애초 비서관이나 행정관의 그릇된 행동이 당사자들의 '특별한 개성'의 결과이지 청와대의 조직문화 탓은 아닐 것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조차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의 기강은 다른 정부 부처보다 엄격해야 한다. 권력 중심이 아무리 엄격해도 주변으로 갈수록 흐려지는 것이 기강이다. 따라서 밖으로는 사소하게 비칠 수 있는 일이라도 엄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으면 공직사회 전체의 기강 해이를 부르기 십상이다. 이런 솜방망이 징계가 공직 기강보다 청와대 조직의 사기를 먼저 염려한 결과이거나 당사자들의 '배경'때문이라면 더욱 개탄스러운 일이다.
청와대의 이런 자세가 대통령의 특별지시 이후에도 청와대 직원이 관련된 불상사가 끊이지 않는 근본 원인일 수 있다. 인사 비서관실 행정관이 술에 취해 택시기사와 요금 문제로 다투다가 폭행하는가 하면, 총무 비서관실 기능직 공무원이 맞선 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사직하는 일까지 불거졌다.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어 풀어지기 쉬운 청와대 조직의 윤리 의식과 긴장을 다시 죄기 위해서라도 말썽을 일으킨 공직자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그래야 마땅하고, 또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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