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게 핀 쇠뿔을 채색해 전통 가구를 장식하는 화각(華角)이 도회적 세련미가 풍기는 목걸이와 브로치로 변신했다. 중요무형문화재 109호 화각장 보유자인 이재만씨와 금속 공예 작가 이정규씨가 협업한 결과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18호 옥장 보유자인 김영희씨가 만든 옥 노리개에는 패션디자이너 정구호씨가 아이디어를 보탰다. 검은 실을 매단 흰 빛의 매화문 옥 노리개, 그리고 인조 대리석과 옥으로 만들어진 노리개 함에서 모던함이 느껴진다.
이처럼 전통적 방식을 계승한 장인들과 현대 작가들이 함께 꾸민 전시 ‘설화문화전’이 서울 대치동의 복합문화공간 크링에서 열리고 있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8명의 장인과 현대작가 8명, 신진작가 8명이 각자 혹은 협업을 통해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킨 작품들을 내놨다.
나전칠장 손대현씨는 현대 도예가 이헌정씨가 만든 테이블과 도자 작품 위에 옻칠을 하고 자개를 올려 새로운 감각으로 완성시켰다. 옻칠이 잘 먹지 않는 바탕 재료의 특성 때문에 황토 흙을 섞은 뒤 수차례 옻칠을 반복해 얻은 결과다. 전통 문양 대신 코스모스 무늬를 사용한 것도 새로운 시도다. 나주소반장 김춘식씨는 은행나무 소반을 늘씬하게 높였다. 고유의 색과 전통적 제작 방식을 간직한 식탁은 기품이 넘친다. 이 밖에도 채화칠기장 최종관씨의 매화 무늬 관복함, 침선장 구혜자씨가 모피를 덧대 만든 두루마기 등 전통적 공예품과, 금속으로 카메라를 만든 심현석씨 등 젊은 작가의 현대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기획자이기도 한 정구호씨는 나무 대신 흰색 인조대리석으로 만든 한 쌍의 평양식 반닫이를 출품했다. 무늬를 단순화시키고 형태도 콘솔처럼 높고 좁게 만들어 현대 주거공간에도 어울리도록 했다. 영화 ‘스캔들’과 ‘황진이’의 의상 작업을 하면서 전통 공예에 매료됐다는 정씨는 “전통 공예 분야는 뛰어난 콘텐츠를 갖고 있으면서도 유독 대중과 멀리 있었던 것 같다”면서 “전통 장인들은 젊은 감각을, 현대 작가들은 전통의 뛰어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28일까지. (02) 557-8898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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