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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이상봉의 Fashion & Passion] <20> 사막의 신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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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이상봉의 Fashion & Passion] <20> 사막의 신기루

입력
2009.10.20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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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패션 중심지는 레바논이다. 그래서 레바논을 중동의 꽃이라고도 부른다. 한 때 프랑스 식민지이기도 했던 레바논은 내전도 겪었지만 '중동의 작은 파리'라고 불릴 만큼 도시도 프랑스와 많이 닮아있고 패션도 발전해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레바논 사람들이 패션산업에 종사하고 있어 실제로 프랑스에서 중동 국가의 패션과 관련된 일은 거의 대부분 레바논 사람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그리고 레바논의 디자이너들도 자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디자이너는 파리 오뜨꾸뛰르에서 최근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엘리사브(Elie Saab)란 브랜드를 들 수 있다. 레바논은 패션이 생산되는 중동에서 몇 안 되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동에서 패션을 최고로 소비하는 곳은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 쿠웨이트이다. 왜냐하면 사막에서 도시를 조성하다 보니 생산기반이 없어 모든 것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땅 밑에서는 석유가 펑펑 쏟아지지만 정유공장이 없어 휘발유는 수입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우리들은 중동국가 여성들이 차도르만 두른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두바이가 전 세계 하이패션의 최대 시장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놀랄 수도 있겠다. 현재 이 세 나라는 값비싼 명품의 소비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으로, 이곳의 부호와 공주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드레스들을 선보이는 파리의 고급 맞춤복 브랜드들의 단골 고객들이다.

최근 신세대들은 일부일처제를 선호한다고는 하지만 이들 국가의 남자들은 공식적으로 4명의 부인과 혼인할 수 있다. 중동의 왕가와 부호들은 여러 명의 부인을 두고 있기 때문에 왕자와 공주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파리의 고급 맞춤 의상인 오뜨꾸뛰르가 유지되는 것도 이들 덕분이다. 보석과 자수로 장식한 1억원이 넘는 초호화 드레스들의 소비가 가능한 곳이 바로 이 곳 중동이다.

이번 쿠웨이트 방문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것은 바다에 위치한 3개의 탑으로 구성된 쿠웨이트 타워였다. 우리의 남산타워처럼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탑인데, 타워 모양은 장미 향수를 만들 때 사용되는 장식을 본떴다고 한다. 장미 향수는 아랍에서는 환대, 즉 쿠웨이트를 방문하는 손님들을 환대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높이는 187m에 달해 우리나라의 63빌딩과 비슷한 높이를 자랑하고 있다. 가장 높은 곳이 전망대, 그리고 물이 부족한 곳이라 다른 하나는 물탱크고, 나머지 하나는 탑을 비추는 조명등이었다.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쿠웨이트 시내는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전망대에 걸려있는 사막의 달빛도 너무 아름다웠다.

쿠웨이트는 내가 13년 전 프랑스 파리 의상박람회에 진출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옷을 수출했던 곳으로 이번 방문은 바이어의 요청으로 명품 브랜드들이 즐비한 가장 큰 쇼핑몰에 이상봉 브랜드로 단독 매장을 열기 위해서다.

매장을 열게 되면 쿠웨이트에서 기존에 옷을 판매한 가장 큰 멀티샵도 포기해야 되는 모험이 될 수도 있지만 내게는 해외 첫 단독 매장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매장의 인테리어 구상과 상담을 위해 이틀간 이곳에 머문 후 서울로 떠나기 위해 두바이에 들렸다.

말로만 듣던 두바이는 신기루에 가까웠다. 모래바람 속에 까마득하게 하늘을 찌르는 듯이 서있는 빌딩들이 내게는 신기루처럼 느껴졌다.

두바이는 전통과 현대가 동시에 존재하는 곳으로 개발되었다. 재래시장을 현대식으로 바꿔 관광지로 꾸며놓았다. 중동 최대의 관광도시로 쿠웨이트에서는 알코올에 대한 검색도 심해 주류반입이 엄격히 금지되고 술을 파는 클럽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두바이에서는 관광객에게 레스토랑과 호텔에서는 술이 허용이 돼 오랜만에 식사와 함께 와인을 즐길 수 있었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담수로 사용하는 까닭에 사막에 세워진 도시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잔디며 나무가 풍요롭게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바다에 서있는 칠성급 호텔은 너무 아름다웠다. 이 호텔은 타이거우즈가 등장하는 광고로 더욱 유명해졌고 우리나라 사람이 주방장으로 있어 더욱 친숙하게 느껴졌다.

서울로 떠나기 전 하루를 두바이에 머물면서 가이드와 함께 관광에 나섰다. 두바이에서 7성급호텔만큼 인상적이었던 것은 에어컨이 나오는 버스정류장이었다. 이 곳 두바이에서 에어컨이 가장 시원하게 나오는 곳이 바로 버스정류장이라니. 몸이 오싹할 만큼 차디찬 바람이 유리로 된 정류장에서 계속 나오고 있었다. 중동에서 가장 싼 물가가 기름값이라는 말이 여기서 실감날 정도였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걸프만에서 수영도 할 수 있었다. 많은 외국인들이 선탠과 수영을 즐기고 있었고 나도 이들 틈에서 잠시 한가로운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 바닷가 유원지에서도 물을 줘 잔디와 나무를 키우고 있었다.

두바이에서는 마치 전 세계 빌딩들이 높이 경쟁을 하기 위해 모두 이곳에 모인 것처럼 보일 만큼 최신식의 높은 빌딩들이 시가지를 메우고 있었고 또 건설도 한창이어서 다음에 이곳을 방문한다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 궁금할 정도였다.

한창 전 세계경기가 침체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두바이가 폐허로 남을까 우려도 했지만 두바이의 새로운 도전과 열정은 변치 않을 것만 같았다. 신에 대한 동경인지 신에 대한 도전인지는 모르지만 그들에 의해 세계의 지붕은 바뀌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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