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부자(녀), 자매, 부부, 귀화선수…’
전국체전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 출전 선수군이다. 20일 대전 일원에서 막을 올린 제90회 전국체육대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회 첫날 육상경기가 열린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는 3명의 한가족이 선수와 코치, 심판의 각기 다른 역할로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한국 여자 육상 200m 신기록 보유자인 박미선(46) 인천체고 감독과 남편인 이종윤(46) 육상 국가대표 단거리 코치, 그리고 이번 대회 육상 400m 계주 인천대표로 출전한 딸 이계임(한국체대2)이다.
박미선씨는 이번 대회에서 홍일점 육상 심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박씨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200m에서 23초80의 한국 기록을 세우며 동메달을 따낸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다. 당시 박씨가 세운 여자 200m 기록은 16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100m에서 서말구 씨가 30년동안 보유하고 있는 남자 100m 기록(10초34)과 함께 깨지지 않는 육상의 ‘2대 벽’으로 남아 있다.
이계임은 100m와 400m 계주 두 개 종목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발 부상으로 100m는 기권하고 400m 계주에만 출전한다. 이계임이 달리는 트랙 바로 옆에서 어머니 박씨가 지켜보며 심판을 보는 이색장면이다. 초등학교 때 배구를 하다 인천여중 2년 때부터 부모님의 뒤를 잇기 위해 육상으로 전환한 이계임은 선수생활 내내 괴롭힌 족저건막염 때문에 재활을 병행하고 있다. 이계임은“빠른 시간내에 완벽한 재활을 통해 어머니가 보유하고 있는 200m 기록을 깨고 싶다”고 밝혔다. 이계임의 부모는 “내가 직접 뛸 때보다 딸이 경기할 때 더 긴장되고 떨린다”고 했다.
대전=글ㆍ사진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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